(64) 싱클레어 루이스 '늙은 소년 액슬브롯'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64) 싱클레어 루이스 '늙은 소년 액슬브롯'

생글생글2017.05.25읽기 5원문 보기
#싱클레어 루이스#노벨문학상#예일대#아이비리그#풍자소설#인문학 교육#사회계층 이동#자기계발

65세 주인공, 열심히 공부해 뒤늦게 예일대 입학

동기생들에 따돌림

시(詩)를 만나 학교를 떠난다

주인공의 고독은 노벨문학상 받은 작가 자신의 체험

우연히 만난 소설에 마음 빼앗긴 주인공

‘모든 것은 때가 있다’는 말이 있다. 적당한 나이에 할 일을 하며 마땅한 권리를 누리는 게 행복하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계획대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스칸디나비아에서 이민 와 미국인이 된 크누트 액슬브롯. 60대가 되었지만 마음은 청춘이다. 18세에 결혼하여 58세까지 열심히 일해 빚을 갚고 농장도 하나 마련했다. 아내는 죽고 말았지만 자녀들은 장성하여 제 몫을 하며 산다. 크누트는 농장을 딸 내외에게 맡기고 오두막을 지어 고양이와 함께 유유자적 지낸다.크누트의 어릴 적 ‘꿈은 유명한 학자가 되어 여러 나라 말을 유창하게 하고, 역사에 능통하고 지혜로운 책들 속의 아름다운 세계를 마음껏 즐겨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넉넉지 않은 상황에다 일찌감치 결혼했으니 대학에 가지 못했고, 그 허전함을 달래려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싱클레어 루이스 그런 크누프가 선택한 길은? 놀랍게도 도서관에서 빌려온 소설을 읽다가 예일대 생활을 화려하게 그린 내용에 매료되어 대학에 가기로 결심한다. 공부를 시작했지만 쉽지 않다. 게다가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명문인 예일대는 들어가기 몹시 힘든 곳이다. 좌절도 하고 잠깐 포기도 했지만 하루 18시간 일하던 뚝심으로 12시간씩 공부하여 기어이 합격한다.65세 신입생에게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할아버지뻘인 크누트를 동기생들은 친절하게 대할까? ‘화려하고 세련된 문학의 맛을 보려는’ 크누트의 소망을 안 기숙사 룸메이트 레이는 “당신처럼 늙은 사람은 그따위 쓸모없는 공부보다는 영혼 구제에 관한 문제를 생각해야 할 거요”라며 무시한다. 모두들 크누트를 괴물 취급하고 상대해주지 않는다. 가난한 고학생들과는 통할 줄 알았으나 그들은 학비를 버느라 바쁘게 뛰면서 불만만 토한다. 책에 나오는 멋진 학생은 하나도 없고 잡담이나 하는 시시한 놈들뿐이다. 크누트는 ‘추수 때 우리 농장 헛간 뒤에서 젊은 일꾼들이 떠벌리는 수작하고 어쩌면 저렇게도 같을까?’라고 생각하며 실망한다.‘멋진 대학생활’ 상상은 깨지고

명문가 자제나 부잣집 아이들은 크누트를 대놓고 무시하고, 존경하는 교수님까지도 크누트가 가까이 하자 경계하며 면박을 준다. 크누트는 그들을 보며 ‘모두 속이 무섭게 늙은 놈들뿐이었다. 돈벌이에 급급한 놈, 죽으라고 경기에서 기록만 내려는 놈, 일생을 두고 채점표에 성적을 기입할 걱정만 하는 교수들, 모두들 어쩌면 이렇게도 늙었을까’라고 개탄한다.괴물에다 외톨이가 된 크누트는 혼자 산책을 하며 마음을 달래다가 룸메이트가 ‘속물 풍류객’이라고 험담을 했던 길버트 워시번과 마주친다.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시를 논하고 뮈세 시집을 보여주는 길버트에게 크누트는 매료되고 만다. 대학에 와서 처음 마음을 열고 밤새 얘기를 한 크누트는 ‘오늘 밤은 외국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며 좋아한다. 길버트는 자신의 방으로 크누트를 데려가 해외여행 때 구한 진귀한 것들을 보여주고, 자작시를 읊어준다. 실제로 시 쓰는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에 크누트는 감격하고 만다. 길버트가 준 뮈세 시집을 손에 꼭 쥐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크누트. 젊은이와 늙은이는 오래 결합하지 못하니 다시 길버트가 자신에게 흥미를 느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좋은 기분을 그대로 안고 학교를 떠난다.미국 작가 중 첫 노벨문학상미국 최고의 풍자소설가로 평가받는 싱클레어 루이스의 짧은 소설 《늙은 소년 액슬브롯》은 낭만을 만끽하지 못하고 떠나는 늙은 학생이 그리 슬퍼 보이지 않는 작품이다. 열심히 살았지만 공허했던 남자, 65세에 대학에서 짧지만 강렬한 순간을 만난 것으로 보상받는다. 좀 늦더라도 원하던 길을 기어이 밟으며, 온 힘을 다해 삶의 의미를 찾는 건 행복한 일이다. 단계를 밟으며 제때 알맞은 노력을 투입해야 실한 열매를 맺겠지만.루이스는 실제로 예일대를 졸업했으며 미국 작가로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독서와 글쓰기에 심취했던 그는 대학 때 문학적 성향으로 인해 동급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했다. 크누트의 고독이 자신의 체험이었던 셈이다. 말년에 주로 해외를 떠돌며 불우한 생활을 했는데 크누트처럼 빛나는 순간을 염원하며 살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숲을 정복하며 두려움을 떨친 소년의 성장기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숲을 정복하며 두려움을 떨친 소년의 성장기

윌리엄 포크너의 성장소설 《곰》은 16세 소년 아이작이 노련한 사냥꾼 샘으로부터 무서움과 두려움의 차이를 배우며 전설의 곰 올드벤을 사냥하는 과정을 그린다. 아이작은 근거 없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숲을 철저히 익히고 결국 성장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소유, 자유, 자연 파괴 등 깊이 있는 주제들을 탐구하게 된다.

2021.11.04

형·누나와 다르게 난폭한 다섯째…도대체 왜 그럴까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형·누나와 다르게 난폭한 다섯째…도대체 왜 그럴까

도리스 레싱의 소설 《다섯째 아이》는 행복한 가정을 꿈꾸던 부부가 낳은 다섯째 아이 벤이 형누나들과 달리 폭력적이고 통제 불가능한 모습을 보이면서 가족이 붕괴되는 과정을 그린다. 작가는 인류학자의 '빙하시대 유전자'에 대한 글에서 영감을 받아, 예측 불가능한 유전자와 불행이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는 인생의 근본적인 불확실성을 탐구한다. 이 작품은 개인의 노력과 선택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삶의 비극성을 보여주며, 현대 사회의 청소년 범죄 증가 현상을 통해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을 제시한다.

2022.02.17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인간의 고독한 삶 담았죠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인간의 고독한 삶 담았죠

196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대표작 《설국》은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주인공 시마무라와 두 여성의 허무하고 고독한 삶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부모와 가족의 죽음으로 일찍 혼자가 된 작가의 쓸쓸함이 간결한 문체와 깊이 있는 심리 묘사로 표현되어 독자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2022.02.24

시인과 우편배달부의 따뜻하고도 위대한 만남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시인과 우편배달부의 따뜻하고도 위대한 만남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우정을 그린 소설로, 마리오가 네루다에게 배운 메타포를 통해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품은 시인과 평범한 사람의 따뜻한 만남을 통해 우정, 사랑, 칠레의 정치 상황을 함께 다루며, 이탈리아에서 영화화되어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는 등 27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 인기를 얻었다.

2022.07.07

두 친구의 눈물겨운 삶과 아름다운 우정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두 친구의 눈물겨운 삶과 아름다운 우정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은 서로 다른 성격의 두 농장 일꾼 조지와 레니의 우정을 그린 작품으로, 자작농이 되려는 꿈을 꾸던 두 친구가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된다. 이 소설은 꿈, 우정, 폭력 등 청소년기에 생각해볼 중요한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도 민감한 내용으로 인해 여전히 금서 지정 요청을 받는 고전이다.

2021.08.19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