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알아본 기본적인 제시문 구조에 따른 구체적인 예시를 살펴보도록 하지요. 실제로 그 구조들이 제시문에서 어떤 식으로 드러나는지 확인해보는 겁니다.
(1) 앞 혹은 뒤에 핵심이 있는 제시문
현대사회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가치전도(價値顚倒) 현상을 들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몽된 인간 사회에서는,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향이 뚜렷하였다. 인류의 스승인 성인들의 삶이 그러하였고, 각종 교육과 종교 및 문화 또한 바로 정신적 가치를 고양시키려는 일련의 노력이었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가치전도 현상이 급속도로 퍼져 나가면서 황금 만능주의, 과학 기술 만능주의, 감각주의 등과 같은 물질적 가치가 활개를 치게 되었다. 이렇다 보니 보다 더 중요한 생명의 가치나 도덕적 가치, 자연 환경의 가치 등이 약화되었다.
가장 평범한 제시문 구조겠지요? 맨 앞이나 맨 뒤에 중요한 문장이 나오게 되어 있고, 중간에는 그에 대한 구체적인 상술이 들어가게 됩니다. 위의 글은 그저 <가치 전도의 발생>에 대한 설명문이지만, 주장문이라면 아마 근거가 제시되었겠지요. 그리고, 그 신호로서 <때문>이라는 단어만 찾아내면 <근거+주장>이 딱 성립되겠지요. 언어영역을 어느 정도 풀어본 학생이라면 이런 류의 제시문 구조야 쉽게 파악할 수 있겠지요. 대개 이런 구조는 중복되는 내용도 없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도 없답니다.
(2) not A but B를 이용한 구조
역사 교과서는 한 국민의 역사의식을 구성하는 중심적 지위를 갖는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 지식은 의심, 비판, 재구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사실들의 집합체로 여겨진다. 교과서는 한 사회에서 널리 합의될 수 있는 보편적인 지식 혹은 표준화된 지식을 전제로 하지만, 과연 교과서에 담을 ‘공적 지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교과서의 내용을 유일하고도 객관적인 지식이라고 믿을 수 있는 당위성이 있는가?
교과서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설명하고자 하는, 그것을 통해 어떤 문제에 관한 진리를 가르쳐주려는 특정한 사람의 시도임을 이해하여야 한다. 그러나 모든 역사적 결론은 다른 관점과 시각에 의해 수정될 수 있고, 교과서 역시 객관적인 것처럼 보이는 편견의 한 사례일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아마도 제 생각엔 논술 제시문 중에서 가장 흔하게 나오는 구조가 아닐까 싶네요. 우선 ‘잘못된 내용’을 던져놓고 그 뒤에 ‘그게 아니라, 이거라네’ 하고 붙이는 방식이지요. 첫 문단에서 이미 특정한 사실에 대한 사람들의 착각과 그에 대한 의심을 보여주지요. 그러고 나서 두 번째 문단에서 비로소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물론 이렇게 구분하기 좋도록 문단을 나누는 경우도 있지만, 어려운 문제일수록 이런 장치가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므로, 난이도를 높이고 싶은 대학에서는 여러 가지 꼼수를 사용한답니다. 그리고 이런 류의 독해는 제시문 1개를 가지고 독립적으로 수행되기보다는, 다른 제시문의 조건에 맞게 수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다른 제시문이 2개의 내용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not A but B구조로 된 제시문과 연결-설명하는 식이지요. 앞으로도 꾸준히 나오는 제시문 구조이니, 잊는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3) 예시나 에피소드를 이용한 구조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사람들은 공정무역에 반대해야 한다. 대륙과 대륙 사이를 건너다니는 공정무역 제품은 수송 중에 엄청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배출을 줄이자는 운동이나 개발도상국 국가들에 대한 일방적인 착취를 막아보자는 공정무역이나 흔히 ‘좋은 일’이라고 여겨지지만, 이와 같이 서로 모순되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선한 의도가 항상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의 선한 의도가 그와 상관없이 ‘덜 좋은’ 혹은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것은 개인이란 항상 자신의 고정된 기준에서만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일이다. 기후변화라는 기준과 지역 간의 경제적 평등이라는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역사를 뒤로 돌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