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수시 2-2 논술의 거친 파도가 어느 정도 잠잠해졌네요. 지난주 많은 대학에서 논술 시험이 숨가쁘게 치러졌습니다. 이제 남은 대학은 단국대와 서울여대 입니다. 그중 오늘은 단국대를 다뤄드리겠습니다. 핵심 1: 알 수 없는 문제조건
이렇게 제목을 뽑아놓았다고 놀라실 필요는 없습니다. 단국대의 경우 문제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문제조건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논술을 시작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논술에 대한 나름의 원칙이 세워지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혹은 학생들이 어떤 식으로 논술을 배우고, 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엇보다 친절하게 제시해준 가이드북을 본 학생들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왜 답이 이렇게 나오죠?”
학생들이 배운 방법으로 문제를 풀고 나서, ‘아하, 대충 이렇겠군’이라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답이 다소 ‘엉뚱’하게 나오기 때문이죠. 우선 문제조건이 까다로운 경우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2013년 모의문제+2013학년도 수시2차 중 세트 1-2번 문항
문제. [가]에 나타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나]와 [다]에서 제기한 문제가 무엇인지 요약하시오. (300자 내외)
여기서 ‘제기한 문제’라는 부분은 (나)(다)가 (가)를 비판하기 위해서 등장한 부분이 아닙니다. 문제를 막상 풀어보거나, 제시문의 관계를 보면 알겠지만, 이 부분은 (가)의 나타난 갈등 혹은 문제 인식에 대해 보완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부분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제기하다’라는 표현을 씀으로써 학생들을 당혹케 했습니다. 단국대의 문제는 그러므로, 제시문 간의 관계를 정확히 따져보는 것이 문제조건을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지요.
이번에는 답안이 엉뚱한 경우도 살펴보겠습니다. 많은 학생이 가이드북의 예시답안을 숭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우려가 됩니다.
2014년학년도 모의문제 중 세트 2번 문제
문제. 제시문 [가]의 논지를 파악한 후, 이를 [나]의 박지원의 시각과 [다]의 정책에 담긴 시각에 적용하여 평가하시오. (600자 내외)(30점) 문제는 분명 <평가하시오>로 제시됐습니다. 일반적으로 논술을 배우거나 풀어본 학생이라면, <평가>란 제시문이 1대 1로 배치될 경우 일반적으로 비판하기, 만일 제시문이 복수로 제시될 경우 <좋거나 나쁘거나><긍정 혹은 부정>와 같이 가치판단으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겁니다. 물론 이 문제는 후자처럼 보이지요. 더군다나 문제조건이 복잡하지요? 다른 대학처럼 쉽게 썼다면 분명 ‘(나)(다)의 관점으로 (가)를 평하시오’라고 만들었겠지요. 문제 자체를 어렵게 만드는 것과 문제 조건을 어렵게 만드는 것의 차이가 분명 있는 것이지요. 어찌했든 해설과 답안을 펴봅니다. 이런 문구가 눈에 띕니다. 보통 문제를 푸는 학생들은 가이드북의 평가기준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겠지만, 저는 직업상 이 부분을 유심히 살펴보기 때문에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나], [다]의 논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함. [나]의 경우 ‘경제생활의 자유’, ‘국가 개입의 최소화’ 등을 유지하고자 하는 시각이 나타나며, [다]의 경우 ‘적극적 국가 시책에 의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의 의미가 중시되어 있음. [나]와 [다]에서 제시된 두 가지 시각의 장단점을 비교하고, 헌법 제119조의 의미와 연관지어 설명하는 능력을 평가함.
마지막 부분을 보시면 알겠지만 <평가하시오>라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면 <설명하는 능력>을 평가한다고 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시된 답안 역시 설명만 돼 있지요. 이렇게 되면 이제 학생들의 입장에서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단국대는 평가를 하라고 하면 설명을 해야 하나?”라고 말이지요. 그러므로, 가이드북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겠습니까?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답안은 그렇습니다. 어찌했든 (가)의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므로, ‘평가’라는 단어를 써서 답안을 만듭니다. 단국대 측도 (가)와 (나)(다)의 관계가 ‘조립’돼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으므로, 정확히 연결하고 ‘평가’라는 단어를 재생산해줌으로써 정확하게 문제조건을 이해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즉, 형식상 평가라고 쓰지만, 내용상 설명의 형태를 띠는 것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