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
☞ 한국경제신문 7월2일자 A39면 폭력적인 시위로 광화문 일대가 어지럽던 지난 주말 나는 도쿄의 복잡한 전철역에서 물결처럼 흐르는 군중들을 보고 있었다.
수백 명 군중이 대부분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있어도 결코 옆 사람을 방해하지 않는 고요 속에서 질서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지난 두 달 동안 사회를 흔들어대는 촛불 어지럼증 속에서 한탄하기만 하던 지식인의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작은 질서운동이라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어사전은 질서를 '혼란 없이 순조롭게 이어지게 하는 사물이나 행위의 순서나 차례'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질서와 대비되는 게 혼란이고 그 혼란을 피하기 위해 차례를 두는 게 질서임을 알 수 있다.
질서의 정의를 생각하다 보면 질서라는 개념이 만들어지게 되는 근원을 찾아갈 수 있다.
혼란이 왜 생길까.
그건 개인의 방해받지 않으려는 자유의지가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왜 충돌할까.
개인이 혼자 산다면 충돌할 리가 없다.
무리(사회)를 이뤄 살기 때문이다.
결국 질서라는 개념 밑에는 개인과 사회의 조화라는 명제가 자리하고 있다.
개인은 자유롭고 싶어한다.
그러나 무리를 이루고 사는 이상 각 개인의 자유가 무한정 보장될 수는 없다.
개인의 자유가 서로 충돌할 때 혼란 없이 순조롭게 일을 풀어나가기 위해 질서를 필요로 한다.
질서는 순서다.
행위의 선후를 정하는 것이다.
질서체계 중 개인과 사회가 가장 폭넓게 받아들이는 것이 시장이다.
시장에서는 한정된 자원을 서로 차지하려는 개인의 욕구에 대해 지불의도가 높은 사람부터 순서를 매긴다.
또한 가장 싸게 공급하는 사람이 가장 늦게까지 남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혼란 없이 배분될 뿐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배분되는 효율을 달성한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를 선택으로 조절해주는 시장의 질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분야들이 있으니 우리가 공공분야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시장과 달리 공공의 질서는 공동체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그래서 개인에게 자유 선택이 아닌 절제를 요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