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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실용 보수'의 한계

2008.03.19

(다산칼럼) '실용 보수'의 한계

오춘호 기자2008.03.19읽기 7원문 보기
#이명박 정부#규제 완화#조세 감면#공기업 민영화#레이건#대처#감세#실용 보수

김병연 서울대 교수·경제학▶2008년3월17일 A39면이명박 정부는 보수 정부다. 그리고 보수 정부답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로 통칭되는 지난 10년간의 진보정부와 대비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경제 정책으로는 출총제 폐지를 포함한 규제의 실질적 완화,조세 감면,공기업 민영화 등을 공표해 놓은 상태다. 대북 정책으로는 한ㆍ미 공조를 통해 북핵 문제를 풀려는 기조이고, 핵폐기와 북한의 개방을 전제로 경제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법과 질서의 확립을 통해 선진사회를 이루겠다는 의지도 표명(表明)했다.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영국의 대처 총리가 취한 것과 유사하다.

이들은 감세와 정부역할 축소를 통해 경제회복을 도모했다. 그리고 적국으로 간주됐던 구 소련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레이건은 참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소련을 '악의 제국(Evil Empire)'이라고 명명했다. 철저한 반(反)공산주의 외교정책을 편 대처는 소련 타스통신에 의해 '철의 여인'으로 불려졌다. 그리고 각각 미국의 항공관제사 노조,영국의 탄광노조 등 강성노조와 대결을 벌여 이들을 무너뜨렸다. 레이건은 재임에 성공해 1981~1989년 대통령직을 수행했으며 대처는 1979~1990년 영국 총리직을 지냈다.

영국의 경우 대처 이후에 총리가 된 존 메이저 기간을 포함하면 영국의 보수정부는 1997년까지 지속된 셈이다. 그러면 레이건과 대처의 보수정책을 벤치마킹하기만 하면 한국에서 보수는 장수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보수적인 정책만으로 정권을 오랫동안 지탱한 보수는 없다. 실용적 정책만으로 선진국이 된 경우도 없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정신적 가치를 필요로 한다. 진정한 보수는 인간의 자유에 대한 믿음과 과도한 자유를 제어할 수 있는 자율성,도덕성에 기초하고 있다. 정부보다 시장을 신뢰하려면 시장의 근간인 사회 규범,혹은 애덤 스미스의 말을 빌리자면 동감(sympathy)의 정신이 잘 작동해야 한다.

새 정부가 내세우는 '실용 보수'는 지난 시대의 이념적 갈등에 대한 안티테제로서의 의미만 있다. 미래의 시대를 열어가는 신(新)테제로서의 의미는 빠져 있다. 진정한 보수는 작은 정부와 큰 도덕의 결합체이다. 그런데 그동안 새 정부의 인사 행태와 정책의 방점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실용 보수는 '작은 정부'와 '왜소한 도덕성'의 담합으로 보인다. 레이건 대통령의 재임 동안 미국 사회의 도덕성은 실질적으로 변했다. 시민들 상호 간 신뢰 정도는 그 전후 기간에 비해 20%가량이나 높았다. 대처는 개인의 자조(自助)를 강조하면서 영국 빅토리아시대의 도덕성을 회복하려고 노력했다.

지도자들이 본(本)을 보여야 사회의 도덕성도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야 강성노조를 상대해서도,인권과 자유를 억압하는 타국의 정권에 대한 비판에도 떳떳하게 나설 수 있는 법이다.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고 통쾌하게 해 주는 것은 실용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엘리트의 품격과 도덕성이 실용과 만날 때에야 국민들을 감동시킨다. 그래야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주는 참된 보수가 될 수 있다. 새 정부는 한국 사회를 신뢰와 규범 중심의 선진 사회로 만들기 위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黑猫白猫)론도 중국이 1인당 소득 수준 1000달러를 달성하고자 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일만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은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하려던 시대에나 맞는 이야기이다. 빨리 그런 생각을 벗어나야 진정한 보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진정한 보수와 얼치기가 아닌 실력 있는 진보가 진검승부를 벌일 때에야 선진사회로의 진입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중산층, 보다 높은 도덕성으로 무장해야▶ 해 설보수주의는 급격한 변화를 피하고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사상이나 태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보수주의는 심리적인 태도와 이념(이데올로기)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심리적인 태도로서 보수주의는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고 익숙한 것을 선호해 변화를 싫어하는 상태를 말한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보수는 공산주의 체제를 옹호하고 자본주의에서 보수는 자본주의 체제를 지지한다. 이데올로기는 이러한 잠재적 심리가 역사적인 계기를 맞아 사상적 조류로 바뀌어진 것을 말한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면서 시민계급 주도로 진보적인 자유주의가 대두되자 이에 맞서 귀족계급은 보수를 취한 것이 보수-진보 역사의 시발점이다. 당시는 자유주의가 진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사회주의가 대두되면서 보수진보가 추구하는 가치가 바뀌게 된다.

공산혁명이 일어나면서 그동안 사회 주력 세력으로 부상한 시민계급은 자유를 그대로 유지하기를 요구한 반면 소위 노동자 농민들은 평등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게 된 것이다. 보수주의를 연구한 에드먼드 버크는 보수주의 사상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추상적인 관념에 대한 불신, 현재를 지키기 위한 발전적 개선의 필요성, 기독교적 인간관, 사유재산제도에 대한 믿음 등을 꼽고 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보수주의를 내걸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보수주의 개념을 내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명확한 도덕관과 미래에 대한 비전 등 새로운 가치를 내세우지 못한 채 실용 보수주의만을 역설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가 특히 이 글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지도자들의 도덕성과 이것에 바탕을 둔 도덕성 회복 노력이다. 물론 여기에서의 도덕성은 사회적 도덕성을 말한다. 보수주의자들은 개인의 자유 유지보다 사회질서 유지를 더욱 큰 가치로 받아들인다. 질서는 인간 생활을 안전하고 예측 가능하도록 해주며 불확실한 세상에 안정을 제공하는 개념인 것이다. 보수주의자들은 따라서 도덕 문제는 개인 선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쟁점으로 간주한다. 사회는 고유 신념과 가치 체계에 의해 자신을 보호할 권리를 갖는다. 사회가 부도덕한 것으로부터 보호돼야 하는 것도 보수주의자의 의무이자 책무인 것이다.

이 글에서는 결국 보수주의자들이라고 자처하는 우리 사회의 중산층들이 보다 높은 차원의 도덕성으로 중무장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또한 정부 차원에서도 사회의 도덕 수준을 높이는 노력을 강화하도록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오춘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oh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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