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국의 신화는 물론 성서에도 도박에 관한 언급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삼국시대 도박 기록들이 눈에 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도박이 없는 사회를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현실 생활이 어려워질수록 한탕,대박을 노리는 심리가 확산돼 도박이 성행해온 것도 사실이다. 인류의 삶 속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도박의 역사와 도박에 빠지는 심리적 요인을 살펴보자.
◆신화에서 카지노까지
도박의 기원은 뚜렷하진 않지만 신화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신은 포세이돈,하데스와 함께 주사위를 던져 우주를 천국,바다,지옥으로 나눠 관장했다. 또 스칸디나비아 신화의 아세스(Ases)와 힌두 신화의 시바(Siva)는 인류의 운명을 주사위로 결정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천지창조 이전의 혼돈,카오스(Kaos) 상태에 질서를 부여한 것이 바로 도박인 셈이다. 그러나 이 때의 도박은 요즘처럼 돈을 따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의식,의례의 도구였다.
일종의 점을 치는 것과 같이 받아들여졌다.
BC 1600년에는 타우(Tau),세나트(senat)라는 도박이 고대 이집트에서 성행했다. 또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귀족들은 고급 사우나와 유사한 스파(spa)에서 휴식을 취하며 도박을 즐겼고, 로마가 세계제국으로 발전하면서 여러가지 도박기구도 널리 퍼졌다. 성서에는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옷을 놓고 로마 병사들이 내기를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심지어 아메리카 대륙의 원시벽화에도 도박하는 사람들이 그려져 있다.
도박에 쓰이는 주사위는 고대 인도에서 발명됐다고 한다. 지금은 고급 두뇌 스포츠로 각광받는 바둑은 중국 신화시대인 요·순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왔다. 바둑은 한때 도박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도박인 마작은 명나라 때 등장했다.
중세이후 유럽에서 경마 카드 등 도박 게임들은 도시 부유층의 중요한 사회활동의 하나였다. 17세기 베니스에서 처음으로 도박장(casini)이 합법화됐고,이를 모델로 유럽 전역에 스파 리조트 형태의 도박장이 확산됐다. 19세기 중반 도박이 상업적으로 조직화하면서 도박 전용 공공시설이 출현하는 동시에 도박에 대한 정부 규제도 시작됐다. 20세기 들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대형 카지노가 등장,세계적인 도박 대중화시대를 열었다.
도박장의 대명사인 카지노(casino)는 '작은 집'이란 뜻의 이탈리아어 casa에 나온 말로,르네상스 시대 귀족들의 댄스 당구 도박 등을 위한 사교·오락용 별관을 의미했다. 처음에는 대중적 사교장을 일컬었으나,지금은 해변가 온천 휴양지 등에 있는 일반 옥내 도박장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우리 역사에서의 도박
우리나라 역사에서의 도박 기록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 백제기에는 고구려의 첩자인 승려 도림이 백제 개로왕과 바둑을 두며 국사를 돌보지 않게 해 백제를 망쳤다고 적혀 있다. 신라는 738년 당나라에서 바둑을 들여왔고 이후 투호(화살을 병속에 던져 넣는 놀이), 상희(장기의 전신) 등이 당에서 유입돼 고려·조선시대로 전해졌다.
조선 중종실록에는 백제 시대부터 전해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쌍륙'(주사위 2개로 하는 놀이)에 관한 기록이 있고,청나라 때 투전이 들어와 조선후기를 풍미했다. 일제시대를 전후해 화투 골패 마작 등이 유행했고, 전래 놀이인 윷놀이도 도박의 일종으로 여겨졌다. 근래에 들어선 1980년대 이후 고스톱 열풍이 불었고 PC가 널리 보급되면서 온라인 도박이 성행하고 있다.
1902년 이탈리아 대사로 8개월간 서울에 머문 카를로 로제티는 '꼬레아 코레아니'란 저서에서 "도박에 대한 열정은 한국인들이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유일한 것인 듯하다. 심지어 생활필수품조차도 직접 구입하기 보다 내기로 구입하려 든다"고 기록했다. 상점 주인이 이기면 10원, 손님이 이기면 1원에 물건을 사고팔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