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독일인은 나치즘의 피해자가 아닌 공범"
다시 읽는 명저

"대다수 독일인은 나치즘의 피해자가 아닌 공범"

백광엽 기자2021.02.04읽기 6원문 보기
#나치즘#전체주의#대중동조#악의 평범성#침묵과 방관#권력 편승#언론 조작#집단 광기

“나치즘은 무력한 수백만 명 위에 군림한 악마적인 소수의

독재가 아니라 다수 대중의 동조와 협력의 산물이었다.”

“국가는 인간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며, 인간이 어떠한지에 따라

국가가 어떠한지가 결정된다.”

밀턴 마이어

(1908~1986)미국의 리버럴 지식인으로 '평범한 독일인'들을 통해 나치 정권의 실체를 분석했다.‘홀로코스트(대학살)’로 상징되는 잔혹했던 나치즘은 일반적으로 아돌프 히틀러와 소수 추종집단의 악행으로 인식된다. 밀턴 마이어(1908~1986)가 1955년 출간한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는 이런 상식에 반기를 들며 나치즘과 현대사 이해의 폭을 확장시킨 저작이다. 미국 언론인 겸 교육가였던 마이어는 독일인 나치전력자 10명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나치즘은 무력한 수백만 명 위에 군림한 악마적인 소수의 독재가 아니라 다수 대중의 동조와 협력의 산물이었다”고 진단했다. 많은 독일인이 원했고, 또 참여했던 열광적인 대중운동이었다는 설명이다.“평범한 다수의 침묵과 권력 편승이 나치즘과 세계대전의 비극을 부른 ‘역사의 범죄’가 되고 말았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 재판’ 참관 후 1963년 펴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제기한 ‘악의 평범성’ ‘무(無)사유’와도 깊이 맞닿아 있는 인식이다.

밀턴 마이어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 목수, 고교생, 빵집 주인, 교사, 경찰관 등 ‘버젓한 사람들’이 도대체 왜, 어떻게 나치가 됐을까.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는 나치당(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에 가담했던 10인의 증언을 바탕으로 대중의 무관심이 부른 오욕의 역사를 심층적으로 조명했다. 위기의 시대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방관자와 나치 동조자들의 생각을 꼼꼼히 추적해냈다.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나치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다수 독일인은 나치즘의 공범”인터뷰에 응한 10명의 나치 전력자는 겉보기에 선량하고, 가정에 충실한 평범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다수 독일인은 나치즘의 피해자가 아닌 공범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한 판단”이라고 마이어는 강조한다. 당시 독일 인구 7000만 명 중 100만 명이 전횡을 휘두른 배후에는 6900만 명의 동의와 참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대다수 독일인은 히틀러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나치의 정책을 지지해 그들에게 권력을 안겼으며, 반(反)유대주의 선동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다. ”10명의 나치가 밝힌 나치당 가입 이유는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나치야말로 독일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고 봤고, 다른 사람은 직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곤경에 처한 이들을 돕기 위해, 나치를 개선하기 위해 나치당에 들어간 이도 있었다.

마이어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지만 실제로는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 내린 비겁한 선택이었다”는 견해를 밝혔다. 나치당원에게는 철저한 보상이 주어졌고, 이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다는 주장이다. 실제 한 소방대원은 “시장과 상관도 나치이고, 간부도 나치 중에서만 선발되는 것을 보고는 입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술회했다. 한 교사도 교원 후보자이던 8년 동안 승진에 실패해 나치에 가입했고, 곧바로 정교원이 됐다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학교 선생님 35명 중 5명만 나치였지만, 어느새 나치당에 입당하지 않은 사람이 5명에 불과했다.

”지독한 패전 후유증을 겪으면서도 “히틀러가 잘못했지만 잘한 부분도 많다”며 여전히 두둔하는 나치 전력자 역시 적지 않았다. 마이어는 “나치가 언론 조작을 통해 신뢰를 확산시키고 자신들의 폭정은 철저히 은폐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바깥세상으로는 시선을 돌리지도 귀 기울이지도 않는 폐쇄적인 태도가 비극을 불렀다”는 설명이다. “선한 다수의 침묵이 광기의 사회 불러”그러면서 자신의 안위에 갇힌 평범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에 주목했다. 선한 다수는 그저 무난하게 살고 싶은 소박한 욕망에 부패와 범죄의 동조자가 됐고, 그런 침묵이 광기의 사회를 불렀다는 진단이다.

“자신들의 안위에 파묻혀 연대의 미덕도, 사태를 직시하려는 의지도 말살돼 버렸다. ”요즘 한국에서도 회자되는 마르틴 니묄러 목사의 시 ‘처음 그들이 왔을 때’도 이 책에 실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들이 처음 공산주의자들에게 왔을 때/나는 침묵했다/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에/(중략)/이어서 그들이 유대인을 덮쳤을 때/나는 침묵했다/나는 유대인이 아니었기에/이어서 그들이 내게 왔을 때/내 곁에는 더 이상 나를 위해 말해줄 이가/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마이어는 니묄러의 시를 인용하며 권력의 일탈과 타락을 방관하는 것은 ‘범죄’라고 강조했다.

다수 독일인이 수용소로 끌려가는 유대인에 침묵한 탓에 탄압의 범위가 점차 넓어졌고, 이는 파시즘 지배를 낳았다는 설명이다. 나치의 강압에 순응했던 한 공학자는 “만약 내가 충성선서를 거부했다면 수천, 수만 명의 거부로 이어져 나치는 권력 장악에 실패했거나 전복됐을지 모른다”는 깊은 회한을 내비쳤다. 이 책은 “나치는 독일이라는 특정한 곳, 특정한 시기, 특정한 인물이 아닌 인간 전체에게 해당하는 문제”라고 결론짓는다. 침묵과 암묵적 동의는 광기의 피바람을 부르고, 불의에 저항하지 않으면 또 다른 히틀러가 탄생할 것이란 경고다. “국가는 인간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며, 인간이 어떠한지에 따라 국가가 어떠한지가 결정된다.

”백광엽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꼭 새겨둬야 할 36개의 경구…스스로를 교육하는데 도움이 되길
Book & Movie

꼭 새겨둬야 할 36개의 경구…스스로를 교육하는데 도움이 되길

복거일·남정욱이 편저한 '내 마음속 자유주의 한 구절'은 한국의 지성인 36명이 선택한 책의 명구들을 소개하며, 바쁜 현대인들이 짧은 시간에 스스로를 교육하고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정치·경제·철학 등 어려운 주제를 다루지만 결국 '어떻게 현상에 대응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36명 멘토의 조언을 담고 있다.

2015.06.25

"인간 존엄의 무덤…전체주의 고발한 예언적 소설"
Book & Movie

"인간 존엄의 무덤…전체주의 고발한 예언적 소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전체주의 체제의 폐해를 예언한 작품으로, 주인공 윈스턴이 빅브라더의 감시와 고문 속에서 결국 저항을 포기하고 체제에 복종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저자는 20세기 많은 지식인들이 공산주의의 평등 이상에 빠져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간과했던 오류를 지적하며, 오웰이 현실 정치의 실망을 통해 이 작품으로 공산주의 체제의 폭압성을 고발했다고 평가한다.

2015.07.09

닫힌 사회 = 역사법칙주의, 플라톤-헤겔-마르크스…열린 사회 = 비판·토론의 자유, 소크라테스-칸트
Book & Movie

닫힌 사회 = 역사법칙주의, 플라톤-헤겔-마르크스…열린 사회 = 비판·토론의 자유, 소크라테스-칸트

칼 포퍼는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허용되는 '열린사회'를 주장하며, 닫힌 사회의 근본 원인이 역사가 보편적 법칙을 따른다는 역사법칙주의라고 지적했다. 플라톤에서 비롯된 이 사상은 헤겔과 마르크스로 이어져 전체주의를 형성했으며, 플라톤의 철인정치와 절대 권력 중심의 국가관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독재로 귀결되는 반면, 소크라테스와 칸트로 대표되는 열린사회는 겸손한 비판 정신과 지식의 수정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다.

2015.08.12

포퍼의 한계…시장·개인보다 국가·정치 중시…'비판의 자유'가 전체주의 도그마를 없앤다
Book & Movie

포퍼의 한계…시장·개인보다 국가·정치 중시…'비판의 자유'가 전체주의 도그마를 없앤다

칼 포퍼는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의 유토피아적 사회공학을 비판하고 비판과 토론이 자유로운 열린사회를 옹호했으나,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사회공학을 신봉함으로써 시장과 개인의 자유보다 국가와 정치를 중시하는 또 다른 형태의 닫힌사회를 초래할 위험을 간과했다. 오늘날의 진정한 위협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반개인, 반자유, 반시장 정책을 추진하는 새로운 전체주의자들이며, 포퍼 자신도 비판과 토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2015.08.20

"비교와 비판 문제도 해석적 요약 능력이 중요"
2022학년도 논술길잡이

"비교와 비판 문제도 해석적 요약 능력이 중요"

요약: 사회학 연구에서 요약 능력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등 상위권 대학의 필수 역량이며, 비교와 비판 문제에서도 해석적 요약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제시된 문제는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제시문들을 상반된 두 입장으로 분류하고 요약한 후, 추가 제시문을 통해 각 입장을 평가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2021.08.12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