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력 잃고 집단정신에 휩쓸리는 군중은 믿을 수 없어"…비이성적이고 충동적 행동하는 군중 심리 예리하게 통찰
다시 읽는 명저

"판단력 잃고 집단정신에 휩쓸리는 군중은 믿을 수 없어"…비이성적이고 충동적 행동하는 군중 심리 예리하게 통찰

김수언 기자2019.09.05읽기 6원문 보기
#군중심리학#귀스타브 르봉#집단정신#비이성적 행동#선동#확언·반복·전염#군중의 시대#파리 코뮌

“군중은 고립된 개인으로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한다”

“군중의 마음속에 천천히 이념과 신념을 불어넣을 때 지도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확언·반복 전염 등 세 가지다”

프랑스 사회심리학자로 군중의 심리 다각적 분석“군중을 구성하는 개인이 누구든, 그들의 생활양식·직업·성격 혹은 지적 수준이 비슷하든 아니든, 그들은 군중의 일원이라는 사실만으로 일종의 집단정신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각자가 고립된 개인으로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든다.” “세계의 모든 정복자들, 종교나 제국의 모든 창설자들, 유명 정치가들, 그리고 좀 더 평범한 영역에 있는 소규모 공동체의 지도자들은 군중에 대해 본능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군중심리를 잘 알고 있기에 쉽게 지도자가 된다.”프랑스 사회심리학자이자 사상가인 귀스타브 르봉(1841~1931)은 일찌감치 군중의 힘에 주목했고 이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1895년 출간된 《군중심리학》은 혁명과 쿠데타, 왕정 복고와 전쟁의 혼란이 이어졌던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군중 연구를 통해 군중은 어떤 존재인지, 그런 군중의 행동을 지배하는 원리는 무엇이고, 그들을 이끄는 리더십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있다.군중의 난폭성은 원시인의 본성

귀스타브 르봉

《군중심리학》 저자는 《군중심리학》 서론에서 “과거에는 소수의 엘리트층이 사회를 이끌었다면, 다가오는 20세기는 군중의 힘이 커지는 ‘군중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군중의 등장을 불가피한 역사 흐름으로 보면서도 군중이 지닌 부정적 특성을 우려했다. 그가 군중 연구에 집착한 이유도 군중을 제대로 알아야 올바로 이끌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일부에서는 《군중심리학》이 보수적이고 엘리트적인 관점에서 정치 지도자 등의 선동에 휘둘리는 어리석은 군중의 모습을 과도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100여 년 전에 지금도 흔히 나타나는 비이성적이고 충동적인 군중의 사고 및 행동 양상을 예리하게 통찰한 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저자는 군중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모든 형태의 시위와 폭력을 혐오했다. 1871년 노동자 봉기로 세워진 노동자 정권인 파리 코뮌과 1894년 이후 유대인 장교 드레퓌스의 간첩 혐의를 둘러싸고 벌어진 프랑스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지켜보며 이 같은 생각을 굳혔다. 그는 “개개인의 지성과 판단력을 상실한 채 집단정신에 휩쓸려 움직이는 군중은 믿을 수 없다”고 했다.르봉은 군중은 개개인의 총합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군중은 개개인의 특성과 관계없는 전혀 새로운 존재며, 그 결과 더 현명해지는 게 아니라 우매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비이성적이면서 충동적 존재인 군중은 쉽게 흥분하고 무책임하고 자주 난폭해진다”고 했다.저자는 군중의 특징으로 충동성, 변덕, 과민 반응, 맹신, 권위주의 등을 꼽았다. 항상 무의식에 지배되고 생각과 감정이 일정한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도 군중의 일반적 특성으로 봤다. 그러면서 “인간은 혼자일 때는 교양있는 개인일지 모르나 군중 속에서는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야만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군중 속 사람들이 난폭해지는 것은 원시인의 본성이 튀어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군중심리학》은 군중 민주주의를 고찰한 비판적 이론서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히틀러와 무솔리니, 스탈린 등의 독재자들은 대중을 선동하며 전체주의 체제를 확립하는 데 르봉의 군중심리 분석을 활용했다.르봉은 “군중의 마음속에 천천히 이념과 신념을 불어넣을 때 지도자들이 사용하는 방법은 확언, 반복, 전염 등 세 가지”라고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수단들의 작용은 아주 느리지만 그 효과는 오래 지속된다”고 설명했다. 권력을 잡으려는 정치 지도자들이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 반복적인 말과 강렬한 이미지로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군중을 사로잡으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때 환상을 심어주는 것도 군중을 사로잡는 중요한 요소라고 저자는 전했다.군중은 정치 선동의 먹잇감일 뿐저자는 “입법자가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고자 할 때 그는 과연 이론적으로 가장 정당한 것을 선택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놨다. 오히려 그 세금이 가장 눈에 덜 띄고 외관상으로 가장 부담이 적어 보인다면, 가장 부당한 세금이라도 군중에 사실상 가장 훌륭한 것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지만, 비록 그 부담이 엄청나더라도 간접세가 항상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집단 속 개인들의 감정과 무의식에 주목한 르봉의《군중심리학》은 집단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신분석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지크문트 프로이트가 이 책에 대해 “대중의 심리를 정확하고 섬세하게 짚어냈다”고 평가했을 정도다.민주주의와 시민사회 발전을 고려할 때 《군중심리학》이 출간된 19세기 후반의 군중과 현대 군중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민 개개인의 자질과 무관하게 군중이라는 틀 속에서 사회 구성원의 모습을 이해하는 데 르봉의 통찰은 지금 한국 사회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김수언 한국경제신문 부국장(전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꼭 새겨둬야 할 36개의 경구…스스로를 교육하는데 도움이 되길
Book & Movie

꼭 새겨둬야 할 36개의 경구…스스로를 교육하는데 도움이 되길

복거일·남정욱이 편저한 '내 마음속 자유주의 한 구절'은 한국의 지성인 36명이 선택한 책의 명구들을 소개하며, 바쁜 현대인들이 짧은 시간에 스스로를 교육하고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정치·경제·철학 등 어려운 주제를 다루지만 결국 '어떻게 현상에 대응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36명 멘토의 조언을 담고 있다.

2015.06.25

"인간 존엄의 무덤…전체주의 고발한 예언적 소설"
Book & Movie

"인간 존엄의 무덤…전체주의 고발한 예언적 소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전체주의 체제의 폐해를 예언한 작품으로, 주인공 윈스턴이 빅브라더의 감시와 고문 속에서 결국 저항을 포기하고 체제에 복종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저자는 20세기 많은 지식인들이 공산주의의 평등 이상에 빠져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간과했던 오류를 지적하며, 오웰이 현실 정치의 실망을 통해 이 작품으로 공산주의 체제의 폭압성을 고발했다고 평가한다.

2015.07.09

닫힌 사회 = 역사법칙주의, 플라톤-헤겔-마르크스…열린 사회 = 비판·토론의 자유, 소크라테스-칸트
Book & Movie

닫힌 사회 = 역사법칙주의, 플라톤-헤겔-마르크스…열린 사회 = 비판·토론의 자유, 소크라테스-칸트

칼 포퍼는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허용되는 '열린사회'를 주장하며, 닫힌 사회의 근본 원인이 역사가 보편적 법칙을 따른다는 역사법칙주의라고 지적했다. 플라톤에서 비롯된 이 사상은 헤겔과 마르크스로 이어져 전체주의를 형성했으며, 플라톤의 철인정치와 절대 권력 중심의 국가관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독재로 귀결되는 반면, 소크라테스와 칸트로 대표되는 열린사회는 겸손한 비판 정신과 지식의 수정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다.

2015.08.12

포퍼의 한계…시장·개인보다 국가·정치 중시…'비판의 자유'가 전체주의 도그마를 없앤다
Book & Movie

포퍼의 한계…시장·개인보다 국가·정치 중시…'비판의 자유'가 전체주의 도그마를 없앤다

칼 포퍼는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의 유토피아적 사회공학을 비판하고 비판과 토론이 자유로운 열린사회를 옹호했으나,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사회공학을 신봉함으로써 시장과 개인의 자유보다 국가와 정치를 중시하는 또 다른 형태의 닫힌사회를 초래할 위험을 간과했다. 오늘날의 진정한 위협은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반개인, 반자유, 반시장 정책을 추진하는 새로운 전체주의자들이며, 포퍼 자신도 비판과 토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2015.08.20

"비교와 비판 문제도 해석적 요약 능력이 중요"
2022학년도 논술길잡이

"비교와 비판 문제도 해석적 요약 능력이 중요"

요약: 사회학 연구에서 요약 능력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등 상위권 대학의 필수 역량이며, 비교와 비판 문제에서도 해석적 요약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제시된 문제는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제시문들을 상반된 두 입장으로 분류하고 요약한 후, 추가 제시문을 통해 각 입장을 평가하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2021.08.12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