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글 경시대회에서는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논제가 출제되어 응시생들이 무리 없이 논의의 주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비록 '범죄와 처벌'이라는 주제 자체가 무겁기는 하지만,근래 자주 접하게 되는 흉흉한 뉴스들 때문에라도 누구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여러 번 고민해봤을 현실적 문제의식을 지니도록 논제가 구성되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높은 완성도의 답안을 제출하였고,주제에서 크게 벗어나거나 엉뚱한 내용을 전개하는 답안은 비교적 드물었다.
그러나 '이해력'이 논술의 가장 기초적인 필수덕목이지만 단순히 이해력 하나만으로 논술 답안이 완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논증력'과 '독창적 사고력',글의 '유기적 구성능력' 및 '표현력' 등이 모두 조화롭게 발달되어 있어야 우수한 논술 답안이 작성된다.
그래서 제시문들이 전달하는 주제에 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다른 부문에서는 여전히 지적 사항이 많아서 앞으로 더 열심히 분발해야 하는 학생들이 상당수였다.
또한 올해 상반기에 출제되었던 '정신과 육체'라는 형이상학적인 주제(이 주제는 이번 9월의 서강대 수시논술에서 동일하게 출제되었다)를 다루었던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논제의 요구를 충족하면서 정확한 방향으로 작성된 답안이 많았으나,각각의 답안에서 세밀한 조건까지 따질 때에는 잘못 구성되거나 관련 개념에 관해 오해를 하고 있는 답안이 여전히 많았다.
논술의 글은 문자의 단순 나열이 아니라 '사고의 발현'이라는 점에서,답안을 전개할 때 자신의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이 최대한 정확하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 논제 1번 채점평
논제 1번은 제시문 (가)에서 (다)에 이르는 세 글을 효율적으로 요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 제시문은 공통적으로 '행위선택의 자유'와 '책임의 귀속'이라는 두 핵심개념을 다룬다.
제시문 (가)는 'y(책임귀속)=f(x:선택의 자유)'라는 논리적 함수관계를 설명하면서,독립변수인 '선택의 자유' 여부에 따라서 종속변수인 '책임귀속'이 달라짐을 설명한다.
이렇게 기본적인 틀을 제공하는 제시문 (가)에 이어,제시문 (나)와 (다)는 동일한 논리적 구조를 취하며 '선택의 자유'라는 조건에 대해 달리 평가하고 그에 따라 '책임귀속'에 있어서도 상반된 결론을 내린다.
결국 나중의 두 글은 제시문 (가)가 설정한 논리적 도식에서 각각 다른 변수들을 대입하여 산출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셈이다.
수험생들은 1번 논제에서 두 핵심개념을 잘 포착하고 그 관계를 표현하면 되었는데,대부분의 답안이 정보 파악의 측면에서는 실수 없이 이 과정을 잘 완수하였다.
그러나 칸트의 주장을 잘못 이해하는 글이 꽤 있었던 데다가,무엇보다도 글의 논리적 긴장감과 구조의 유기성 측면에서 미흡한 답안이 많아 감점 처리되는 경우가 발생하였다.
'이해의 정확도'와 '표현의 효율성'이 모두 평가되는 것이 요약이기 때문에,핵심개념과 그 관계를 가장 명쾌하고 효율적으로 정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제시문의 문장을 지나치리만큼 그대로 베껴 써서 명료한 표현을 구사하지 못 한 글이 많았으며,구성적 측면에서도 (나)와 (다)의 대립되는 조건 상정과 결론을 두드러지게 쓰기 위한 효과적 내용 배치를 하지 않고 그냥 세 글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웠다.
논술문은 많은 정보를 정확하고 간결하게 전달하여야 하기 때문에 제시문을 그대로 옮기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답안이 되지 못한다.
이해의 완벽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지만,글의 표현과 구성에서 모두 우수한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표현의 이러한 미비점은 논제 2번과 3번 답안에서도 계속해서 발견되었다.
⊙ 논제 2번 채점평
2번 논제를 충실히 답하려면,개방형 교도소의 '의미'를 정리하고 제시문 (나) 혹은 (다)의 관점 중 하나를 택하여 개방형 교도소를 평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형사처벌 내지는 행형(行刑)의 근본취지와 목적이 논해져야 한다.
제시문 (나)가 전달하는 행형의 목적은 그릇된 결단에 대한 '도덕적 문책이자 응징'이다.
반면에 제시문 (다)가 말하는 행형의 목적은 해당 사회가 그 사회화에 실패한 구성원의 일탈을 바로잡고 잘못된 가치관을 재교육하는 '재사회화'로 정리된다.
개방형 교도소의 '의미'는 사회교육을 통한 범죄자의 '교화' 시설이기 때문에,제시문 (다)의 관점에서 쉽게 지지될 수 있고 제시문 (나)로서는 논박하기 용이한 제도이다.
칸트에게는 국가행위의 정당성이 큰 의미가 있었다.
법은 국가의지의 공적 천명이기 때문에 사회의 공적 의지를 표출하고 국정운영의 기본가치를 선언하는 법이 부도덕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제출된 대부분의 답안이 제시문 (다)를 선택하여 개방형 교도소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지만,(나)의 관점에서 설비의 '호사스러움'을 비판하는 답안도 상당수 되었다.
그런데 그 논의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이 많이 발견되었다.
우선,어느 하나의 관점을 제대로 선택하지 않고 본인의 주관적 평가를 그대로 쓴 답안이 꽤 있었다.
관점을 택일하라는 논제의 기초적 요구를 무시한 학생들은 기본 점수를 받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특정 관점을 잘 선택하기는 하였으나,개방형 교도소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엉뚱한 내용을 답안에 쓴다든지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며,지나치게 문학적인 필체로 범죄자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며 감상적 옹호를 하는 글도 많았다.
제시문 (다)의 글이 어떠한 성격으로 쓰여졌든 제시문은 어디까지나 제시문이고, 논술답안은 답안이다.
논리적이고 명쾌하게 글을 전개해야 하는 논술답안에서 감정에 호소하는 글은 부적합하며,문학적 감상에 치우치다 보니 평가 과정의 논리적 전개가 부실해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개방형 교도소를 단순히 예방적 차원에서만 긍정적으로 평가한 답안도 문제이다.
예방적 차원에서 향후 범죄 발생을 억제하는 이점이 긍정적이라는 논의도 좋으나,이미 발생한 범죄에 대한 행형의 의미도 논해야 제시문 (가)에서 (다)까지를 포섭하는 전체적 문제의식이 보다 더 명확히 반영된다.
행형의 근본취지에 천착해 가면서 글을 전개하는 학생은 상대적으로 무척 드물었다.
⊙ 논제 3번 채점평
3번의 논제는 '처벌방식'에 관한 자신의 주관을 묻는 문항이었다.
일관된 주장을 세우고,자신의 논의를 적합하고 설득력 있게 전개하는 논증력과 그 과정에서의 깊이 있는 독창성이 채점 기준이 되었다.
그런데 '어떻게 처벌하느냐'를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발생 범죄의 책임 소재를 따져야 한다.
범죄의 처벌은 범죄에 관한 책임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책임이 누구에게 귀속되고 그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따져야 적합한 처벌방식을 논할 수 있다.
또한 '어떻게 처벌하느냐'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 될 것이 행형(行刑)의 목적이다.
정리하자면,적정한 처벌방식은,(1)행형의 목적과 (2)책임의 정도를 어느 정도 정리하고 논의를 시작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흉악범의 범죄원인과 범죄책임을 논의하고 형사처벌로서 거두려는 목적이 무엇인지가 답안에 드러나 있어야 우수답안이다.
그리고 논제가 설정한 조건도 잘 살피고 이를 답안 작성과정에서 고려하였어야 한다.
3번 논제는 일반 범죄인이 아니라 흉악범의 처벌을 묻고 있다.
그러므로 답안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일반 범죄인에 관한 설명으로는 사실 불충분하기 때문에,논제에서 설정한 '흉악범'이라는 특수성을 간과하지 않고 이를 고려한 세밀한 논의를 진행한 답안의 경우 더욱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3번 답안의 경우 전반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수의 학생들이 '처벌 방식'이 논의의 초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범죄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답안의 주요 사안으로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어떠한 주제로 글을 쓰든 간에 논제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답안을 쓸 때에는 방안의 '현실 적합성'도 중요하다.
처벌방식을 논술하였으나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답안의 경우에는 좋은 평가를 받기가 힘들었다.
홍보람 S · 논술 선임연구원 nikehbr@nons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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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blesse oblige ‥ 새해 좋은 사회를 위하여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먼저 의무를 다해야 아랫사람이 따른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통이 서양에서는 고대 로마부터 이어져 왔다. 한국은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지만 경쟁 결과로 계층이 발생하므로, 지도층이 헌법상의 의무를 엄격히 지키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사회 구성원들의 존경을 받아 건전한 사회가 형성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