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년 된 법조항까지 찾아내 기계사용 금지 주장했지만…기계 도입이란 시대적 흐름은 못막아 노동자 더 궁핍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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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된 법조항까지 찾아내 기계사용 금지 주장했지만…기계 도입이란 시대적 흐름은 못막아 노동자 더 궁핍해져

김동욱 기자2022.06.30읽기 5원문 보기
#러다이트 운동#기계화#프롤레타리아화#숙련공#기모기#자본과 노동의 경쟁관계#이윤율 저하#산업혁명

(52) 러다이트 운동(下) 게티이미지뱅크18세기 말 직물의 마무리 작업은 고도로 전문화된 공정이었다. 일부 대형 제조업체는 전 공정을 하나의 ‘공장’(오늘날의 공장과 비교하면 매우 소박했다)에서 수행했다. 고트라는 이름의 기업인은 한 지붕 밑에 80명의 전모공을 두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상인은 소규모 직물업자로부터 미완 상태의 옷감을 구입해 작업장으로 보낸 뒤 마무리 작업을 하도록 했다. 리즈의 작업장은 40~50명 또는 60명의 기술자와 수련공을 고용하고 있었다. 웨스트라이딩의 촌락에 있는 더 작은 마무리 작업장에선 겨우 5~6명을 고용했다.

1806년 통계 수치를 보면 웨스트라이딩의 직물 마무리업 마스터는 500명, 전모공은 수련공을 포함해 3000~5000명 수준을 오갔다. 이런 전모공들은 마무리 공정을 통제했고, 조직을 갖추고 비숙련공을 배제했다. 그들은 웨스트라이딩 직물노동자 중 귀족층을 이뤘고, 정식으로 고용되기만 하면 19세기 초반 몇 년간은 주당 30실링이라는 고소득도 가능했다. 전모공은 ‘독립적이면서 고분고분하지 않은 태도’에 높은 정치의식으로 유명했다. “맥줏집에서 직조공이나 마무리공, 염색공보다 두세 배의 돈을 썼다”고도 전해진다. 당대 리즈 머큐리지는 “전모공은 엄밀히 말해 피고용인이 아니다”고 평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하룻밤 사이 자신을 노동 엘리트에서 ‘제조업에서 불필요한 신분층’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기계의 위험성도 잘 알았다. 좌파적 시각에서 보면 자본과 노동 간 경쟁관계 속에서 지속적인 비용 절감 노력은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노동자의 프롤레타리아화와 이윤율 저하 경향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기계화는 이 같은 과정을 촉진했다. 전모공들도 자신의 역할을 완벽히 대행할 기계에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전모공들은 자신의 역할을 대행하는 기모기라는 기계 사용과 도입에 강하게 저항했다.

사실 기모기는 16세기 중반 에드워드 6세 이전부터 있었고, 에드워드 6세가 초창기 기모기의 사용을 이런저런 이유에서 금지하는 법을 만들기도 했었다. 초기 기모기는 손으로 천의 보풀을 세우는 대신 보풀 세우는 장치인 티즐이 장착된 실린더 사이로 천을 통과시키는 간단한 기계였다. 전모공들은 기모기가 천을 찢거나 지나치게 팽팽하게 만든다는 근거가 박약한 주장을 들면서 손기술의 중요성을 강변했다. 초창기 기모기는 전모공의 일 중 일부만 뺏을 수 있었지만 나중에 나온 것들은 둘 이상의 가위를 장착해서 천의 표면을 통과하도록 한 것으로 숙련된 수공기술자까지 필요없게 만들어버렸다. 이에 18세기부터 전모공들은 기모기와 투쟁했다.

서부 잉글랜드 몇몇 지역에선 직물노동자들이 이 기계의 사용을 용납하지 않았다. 18세기 말 웨스트라이딩 일부 지역에서 몇 대의 기모기가 사용되고 있을 때 전모공들은 그 기계가 리즈로 도입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조직을 갖추기도 했다. 하지만 1791년 리즈의 직물상인들이 새로운 기계를 도입할 것이라는 공개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사태는 급격히 과격해졌다. 이후 10여 년간 전모공에 의해 리즈의 공장 여러 곳이 파괴됐다. 여전히 공장 내에서 전모공들이 실권을 쥐고 있었기에 그들의 행동은 거칠 것이 없었다.

리즈에서 기모기 한 대가 수백 명의 목격자 앞에서 박살났지만 상당한 규모의 현상금 제안에도 불구하고 기계를 부순 사람들에게 불리한 증거를 제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이어 자신들을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기계를 무자비하게 약탈했다. 18세기 마지막 몇 년간 웨스트컨트리에서 1000~2000명의 건장한 폭동자 무리가 ‘혐오스러운’ 공장을 공격했다. 1797년 12월 서머센셔에선 얼굴을 검게 칠하고 몽둥이로 무장한 200~300명의 사람이 프롬에서 3마일 정도 떨어진 전단기 창고에 들어가 30파운드가량 나가는 값비싼 전단기를 파괴했다.

하지만 기계 도입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던 데다 나폴레옹의 대륙 봉쇄령 여파도 닥쳤다. 전모공들 사이에서도 실업이 늘고, 생활고를 겪는 사람이 많아졌다. 굶주림에 내몰린 노동자들은 더더욱 기계 도입에 저항했다. 수백 년 된 낡아빠진 법인, 에드워드 6세가 기모기 사용을 금지했다는 조항을 찾아내 기계 사용을 방지하는 것이 헌법상의 권리라고까지 주장했다. 기계의 등장에 가장 강력하게 저항했던 세력은 따지고 보면 기계로부터 가장 ‘잃을 것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충원됐다.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사람보단 조금이라도 가진 사람들이 손실에 더 민감한 법이다. NIE 포인트

김동욱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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