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끼리도 '짝'이 맞아야 올바른 언어
영어는 일부 감탄사나 명령문을 제외하면 대부분 두 단어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단어들을 아무렇게나 조합을 시킨다고 해서 말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어끼리의 짝이 정확히 맞을 때 올바른 언어가 된다.
collocation은 이와 같은 문장 속에서의 단어들의 배열을 의미하며,정확하고 정교한 영어를 구사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일종의 단어 나열 법칙이다.
'collocation'하면 언제나 생각나는 필자의 재미있는 경험이 있다.
필자의 외국인 친구 중에는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이 한 명 있는데,그는 한국을 아주 좋아해서 우리말 공부를 열심히 한다.
몇 년을 공부했기 때문인지 일상적인 우리말은 큰 불편 없이 구사한다.
어느 날 이 친구의 손목시계가 고장이 나서 함께 시계를 고치러 시계방에 갔다.
그는 시계방 주인에게 "이 시계를 고쳐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고 충분히 그 말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고치다'라는 단어보다 좀 더 어려운 단어를 써서 우리말 실력을 자랑하고 싶었는지,시계방 주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이 시계 좀 개정해 주세요."
그가 올바르게 말한 것인가?전혀 그렇지 않다.
'개정하다'라는 말에는 '고치다'의 뜻도 있지만,고장 난 물건을 고칠 때 쓰는 단어가 아니라 법이나 제도 등을 고칠 때 쓰는 단어다.
그러므로 그가 '고치다'라는 쉬운 단어 대신 어려운 단어를 쓰고 싶었다면 '고장난 물건'과 조화를 이루는 '수리하다'라는 동사를 선택했어야 했다.
이것이 바로 특정한 명사에 어울리는 잘못된 동사를 선택하여 잘못된 collocation을 만들어 버린 예다.
우리말의 경우도 이런 실수를 하기 쉬운데 우리말보다 어휘 수가 훨씬 많은 영어를 사용할 경우에 이와 같은 실수는 얼마나 비일비재하게 일어날까?우리가 영어를 말하면서 이 외국인과 같은 실수를 얼마나 많이 하고 있을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잘못된 collocation을 상당히 많이 사용하고 있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영어 사용에 큰 책임이 있는 것이 바로 한영사전이다.
학생들에게 영작을 하라고 하면,대부분 한영사전에서 아무 것이나 멋있어 보이는 단어를 고른다.
잘못된 collocation을 사용한 위의 미국인과 같은 우를 범하는 것이다.
필자는 그러한 이유로 한영사전은 절대로 보지 말 것을 권한다.
굳이 필요하다면 명사 정도는 참고하더라도 동사,형용사,부사는 절대로 한영사전을 들춰서는 안 된다.
요즘에는 어학연수를 다녀왔거나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공부를 한 학생이 많아서인지,영어의 유창성(fluency)은 뛰어난 학생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