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강의하다 보면 학생들이 종종 한국어와 영어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운지 질문하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필자에게는 한국어보다 영어가 어렵지만 객관적인 제 3자가 봤을 때 어느 언어가 더 어려운지를 묻는다면 답하기가 쉽지 않다.
나의 생각을 말하자면 한국어가 어려운 점은 일단 동사의 활용이 매우 복잡하다는 점이다.
'마시다'의 예만 들어도,'마시다','마셨다','마실 것이다','마시지 않는다','마실까?','마셔라','마시자','마셨나?','마셔요' 등등 다양한 형태의 동사활용이 이뤄진다.
영어의 경우 drink는 drank,drunk,drunken 이외에는 형태가 바뀌지 않는다.
영어의 동사는 기껏해야 조동사나 to 뒤에 위치하여 다양한 뜻을 만들어 내는 정도이기 때문에 동사의 활용만 놓고 보자면 한국어보다 훨씬 쉽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영어가 어려운 점은 어휘적인 측면을 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쓰이는 어휘 수가 한국어보다 많고(일상적으로 쓰이는 한국어의 수가 5000 단어를 넘지 않는 반면 영어의 경우는 2만 단어라고 한다) 유난히 다의어(Multi-vocal words)가 많기 때문이다.
영어 사전을 찾아보면 다의어가 아닌 어휘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대부분의 단어가 두 개 이상의 뜻을 지니고 있다.
특히 우리가 쉽다고 생각하는 기본어휘 일수록 많은 뜻을 지닌 다의어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영어를 제대로 정복하려면 다의어에 대한 철저한 학습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다의어 학습 시에는 여러 뜻을 맹목적으로 암기하기보다는 기본의미에서 다양한 의미로 확장되는 과정을 생각하고 학습하면 훨씬 학습효과가 크다.
예를 들어 conceive가 막연히 '상상하다','임신하다'의 두 가지 뜻이 있다는 식으로 암기하기보다 conceive의 기본의미는 '임신하다'인데 여기서 '(생각을) 잉태하다'는 의미를 거쳐 '상상하다'로 되었다고 이해하면 훨씬 머릿속에 잘 남을 것이다.
앞으로 4회에 걸쳐 연재될 Multi-vocal Words를 통해 어휘력도 높이고 기본의미가 확장되는 과정도 잘 익혀두기 바란다.
[ account ]
account는 기본적으로 '설명'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보고(서)'로,(금전에 대한 설명을 해주는) '계좌'에서 사용한 금액을 설명해 주는 '청구서'까지 의미가 확장된다.
By his own account,he had been married and divorced three times.
그 사람 말로는 그는 세 번 결혼하고 이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I'd like to open my account.
제 계좌를 개설하고 싶은데요.
Could you put it on to my account ple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