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 ‘X마스’에 얽힌 비밀
“스타벅스가 크리스마스를 지내지 않기로 한 것 아니냐. 내가 대통령이 되면 크리스마스를 확실히 복원시키겠다.”
미국의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전이 성탄절을 앞두고 ‘크리스마스 컵 논란’으로 불똥이 튀었다. 유명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는 연말이 되면 눈사람, 별, 썰매 등 무늬가 새겨진 컵으로 성탄절 분위기를 띄웠다. 그런데 올해는 이들 문양을 모두 빼고 컵 색깔만 빨갛게 하기로 한 게 발단이 됐다.
‘막말 공세’로 비난과 지지를 동시에 받고 있는 공화당 경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이를 놓치지 않고 스타벅스에 시비를 걸고 나섰다. 그 배경에는 프로테스탄트 국가인 미국에서 기독교인들의 ‘표심(票心)’을 결집하려는 노림수가 있었을 것이다. 얼마 전 국내 통신사 연합뉴스는 미국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종교색 등을 이유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예전보다 많이 가라앉았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보수 성향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자 트럼프가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라는 설명이다.
언어는 사용하는 사람의 이해관계에 따라 은폐와 왜곡이 담길 때 이데올로기가 된다. 트럼프의 발언에서도 크리스마스를 둘러싼 ‘언어 이데올로기’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또 하나의 말인 ‘X마스’에는 그런 역사의 흔적이 오래됐다. 그 이면을 보려면 ‘X마스’의 정체부터 살펴야 한다.
‘크리스마스(Christmas)’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 즉 성탄절이다. 영어로 ‘그리스도(Christ)의 미사(mas)’란 의미를 담은 합성어다. ‘X마스(X-mas)’는 크리스마스의 약어다. 그러나 이때의 X는 영어 X(엑스)가 아니다. 그리스 문자에서 따왔다. 다만 형태가 비슷할 뿐이다. 영어 Christ에 해당하는 본래 그리스어는 XPIΣTOΣ로 적는다. 여기서 첫 음절 ‘Ch’에 해당하는 X를 따고 뒤에 영어의 마스(mas)를 합성해 탄생한 것이 X마스다.
우리 외래어표기법(그리스어)에선 고전 그리스 문자 X를 ‘크’로 읽고 적게 했다. 그러니 말이 생긴 경위를 따지자면 ‘엑스마스’로 읽어선 안 된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이나 위키피디아에서는 ‘X마스’를 ‘크리스마스’로 읽는 게 원칙이라고 풀고 있다. 다만 때로 격식 없이 말할 때 ‘엑스마스’로 읽을 수 있을 뿐이다.
서양에서 X마스가 등장한 것은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당시 ‘크리스마스’에서 종교적인 색채를 약하게 하려는 시도로 ‘X마스’를 쓰기 시작했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최근 영미권에서는 ‘X마스’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크리스마스에서 ‘그리스도(Christ)’란 말을 제거함으로써 종교적 의미를 지우고 이날을 단순히 명절로 삼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를 경계한다는 뜻이다.(데이비드 위어스비 저, 김휴 역, 《크리스마스의 신비》, 은혜출판사) ‘X-mas’에 얽힌 종교적·상업적 이해관계를 들여다보면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가디언, BBC 등 서구의 유력 언론에서 이 말을 잘 쓰지 않는 까닭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 언론에서는 1932년 2월17일자 동아일보에 ‘X마스’라고 표기한 기사(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가 처음 보이니 우리말 안에 들어온 지도 꽤 오래됐다. 하지만 이 말은 크리스마스와 달리 사전에 오르지 못했다. 우리도 종교적·상업적 논란거리를 안고 있는 ‘X마스’를 굳이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홍성호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
배시원 쌤의 신나는 영어여행 - Cook the books…책을 요리한다구요?
book은 글이나 숫자로 쓰여 진 모든 책들을 의미하는데, 이 책(book)을 요리(cook)하듯이, 다른 형태로 변형시키는 일이니 cook the books는 ‘장부를 조작하다’라는 뜻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