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가히 '논술광풍'이 불고 있다.
대입 논술 비중 확대가 예고되고 논술 문제는 난해함을 더해가면서 논술 과외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수험생은 물론 아기티를 갓 벗은 초등학생들까지 논술학원을 두드린다.
하지만 상당수 학원 교육은 틀에 박힌 글쓰기 방법론과 도식화된 논리를 주입하며 청소년들의 자유로운 글쓰기 잠재력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논술의 '정도(正道)'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생글생글 기자 출신으로 올해 서울대 사회과학대에 입학한 이승호군(18)이 한경의 대표 논객 정규재 논설위원(49·생글생글 편집인)을 만나 그 길을 물었다.
▶이=논술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 중에 학원에 안다닌 경우가 없었어요.
'논술'이라는 것을 배워본 적이 없으니 불안해서라도 더 학원으로 달려가는 거죠.저 같은 경우에도 수능이 끝나자마자 담임 선생님과 의논해 서울로 '논술 유학'을 왔었어요.
▶정=그래,학원에선 무얼 배웠지?
▶이=5주 동안 배경지식과 첨삭 강의를 들었어요.
사실 학원에서 배운 내용이 실전에서 큰 도움이 되진 않았어요.
선생님들의 달변이나 명문장이 내 것으로 연결되지는 않더라구요.
논술이라는 낯선 대상에 대한 '실질적인 답'을 원했는데 그에 대한 답은 어디서도 얻을 수 없었어요.
▶정=실질적인 답을 구한 게 잘못 아닐까? 논술이란 결코 하루아침에 답을 찾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니까 말이야.논리정연한 글을 쓰려면 먼저 지식이 쌓이고 그 지식이 탄탄한 자기 논리로 다져져야 해.그런 점에서 많은 학원들이 개념이나 이론을 수학공식처럼 주입하고 그저 글을 다듬는 재주를 가르치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지.
▶이=그래도 첨삭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내가 쓴 글이 어디가 잘됐는지 잘못됐는지를 알 수 있으니까요.
▶정=획일적인 첨삭도 사실은 위험한 일이야.첨삭 지도를 받은 학생과 받지 않은 학생의 글은 척 보면 알 수 있거든.글은 모름지기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어야 하는데 자꾸 스타일의 폭을 제한받다 보면 글쓰기의 무한한 잠재력의 싹을 자를 수 있지.붕어빵 글쓰기가 된다고나 할까.
▶이=학원에서 정형화된 글을 양산하는 건 맞아요.
예를 들어 서론과 결론은 각 1문단,본문은 5문단,한 문단은 400자 안팎으로 쓰라는 식의 가이드에 맞춰 글을 쓰도록 배우거든요.
같은 학원에서 배운 아이들의 글은 비슷해질 수밖에 없죠.그래도 불안한 걸 어떡해요.
사실 고등학교는 거대한 수능학원이나 다름없잖아요.
독서,작문 시간에 수학문제를 푸는 형편이니까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는 논술을 공부하려니 도대체 무엇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