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찍어내는 인공 장기…뇌의 비밀 풀 수 있을까
과학

3D 프린터로 찍어내는 인공 장기…뇌의 비밀 풀 수 있을까

생글생글2021.05.13읽기 6원문 보기
#오가노이드#줄기세포#3D 프린터#생명공학#인공 장기#장기 이식#바이오잉크#생체 고분자

과학 이야기

과학과 놀자 (49) 실험실 안에서 만들어지는 '미니 뇌'

영화 ‘서복’ CJ ENM 제공 2009년 개봉해 많은 인기를 얻었던 영화 '마이 시스터즈 키퍼(My Sister's Keeper)'에서는 골수암에 걸린 첫째 아이의 치료와 장기 이식을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설계된 둘째 아이를 출산한 가족이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최근 개봉한 국내 영화 '서복' 역시 인간의 불로장생을 위해 개발된 복제인간이 겪는 딜레마를 다루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골수, 줄기세포, 장기 등 신체 일부를 환자에게 기증하는 과정에서 윤리적 갈등을 겪는다.아직까지는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갈등이지만, 생명공학이 발전함에 따라 이런 일은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장기 이식의 딜레마를 해결할 인공 장기 개발이런 갈등을 없앨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는 인체 일부나 장기를 축소한 인공 장기인 ‘오가노이드’ 개발이다. 오가노이드(organoid)는 ‘장기’를 뜻하는 ‘organ’과 ‘유사함’을 뜻하는 접미사 ‘-oid’가 합쳐진 단어로, ‘미니 장기’라고 불린다. 이 미니 장기 개발을 위해 과학자들은 줄기세포(stem cell)를 활용해 3차원 세포 집합체를 만든다. 이 집합체에 장기 발달에 필요한 단백질, 신호 전달 물질, 성장인자 등을 공급하면 세포 스스로 장기와 비슷한 모양을 갖추며 자라도록 유도할 수 있다.예를 들어 ‘미니 뇌’를 만들고 싶다면, 줄기세포를 뇌 신경세포로 자라게끔 유도한 다음 우리 뇌와 유사하게 3차원 구(球) 형태로 자라도록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은 짧게는 8주,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

연구실에서 배양한 뇌 오가노이드 출처:싱가포르게놈연구소 보다 완벽한 ‘미니 장기’를 만들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그러나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까다롭다. 구 형태로 세포를 배양하는 것은 플라스틱이나 유리 표면에 세포를 한 겹으로 붙여 배양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효율적인 양분 전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오가노이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형태가 변형돼 실제 장기와 동일한 모양으로 자라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이를 위해 많은 공학자는 장기를 이루는 조직이나 그와 유사한 생체 고분자를 3차원 틀로 만드는 연구를 진행한다. 그 안에 오가노이드를 키워 효율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또는 세포를 바이오잉크 안에 섞어서 장기 모양대로 인쇄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2018년 영국 대학교 연구진은 각막 줄기세포와 천연 고분자를 섞어 잉크를 만든 후, 이를 3차원 프린터로 인쇄해 인공 각막을 제작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동일한 방법으로, 인공 귀나 미니 심장을 인쇄하는 연구들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오가노이드 배양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이 오가노이드가 실제 우리 몸의 장기와 동일하게 동작할지에 대해서도 다각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이에 개발된 오가노이드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실제 신체 장기처럼 잘 동작하는지 추적 및 관찰하는 연구 또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을 통해 발표된 방법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뇌 오가노이드를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뇌 오가노이드 내에 형성된 신경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탐침 형태의 분석 시스템을 개발했다.안전과 윤리 문제로 사람의 뇌를 직접 실험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연구는 의학적 관점에서 획기적인 기술이다. 다양한 약물이나 외부 자극에 의해 우리 뇌가 받는 영향을 보다 쉽게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연구를 토대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뇌 신경계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발표한 바 있다. 유전자 변형된 영화 주인공들이 행복해지는 결말은 올까?오가노이드의 제작과 활용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에 많은 과학자는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한 오가노이드가 개발돼 장기를 이식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되면 영화의 주인공 ‘서복’은 원작과는 달리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오가노이드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새로운 윤리 문제가 떠오를 수도 있다. 미숙하긴 하지만, 오가노이드 또한 신체의 일부로서 스스로 동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몇 개월에 걸쳐 자란 뇌 오가노이드는 여러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개체이므로, 우리 신체에 있는 뇌와 같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미니 뇌’를 배아와 같은 존재로 여겨야 하지 않을까? 먼 미래에 개봉할 새로운 영화의 주인공은 ‘서복’이 아니라 ‘미니 뇌’가 될 수도 있겠다. 줄기세포란?

성혜정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줄기세포(stem cell)는 자가복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를 뜻한다. 줄기세포는 크게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와 만능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로 구분된다. 성체줄기세포는 우리 인체 내 모든 장기에 존재하며, 특정한 조직으로만 분화하는 줄기세포다. 우리 몸의 뼈가 자라는 데는 뼈 줄기세포가, 상처가 치유되고 새 살이 돋는 데는 피부 줄기세포가 쓰이는 등 우리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다. 반면 만능줄기세포는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ESC: embryonic stem cell)와 역분화만능줄기세포(iPSC: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가 이에 해당한다. 배아줄기세포는 태아가 되는 세포이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가 있어,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대신 환자의 체세포를 유전자 변형해 제작한 역분화만능줄기세포가 널리 활용되는 추세다.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바이오'는 성장성이 높고 좋은 새 일자리도 창출할 분야죠
2020학년 대입 전략

'바이오'는 성장성이 높고 좋은 새 일자리도 창출할 분야죠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제약, 농업,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있으며, 학문에서 산업현장까지 그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 생명과학과, 바이오생명정보과, 생명공학과 등 관련 학과들은 기초 이론부터 실무 능력까지 갖춘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제약회사, 연구소, 정부 부서 등 다양한 기관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2019.03.21

20세기를 움직인 과학기술

'복제' '인터넷' 20세기 라스트 장식

20세기 말 과학기술 분야의 가장 큰 이슈는 복제 기술과 인터넷이었다. 1997년 영국 로슬린연구소는 다 자란 양의 체세포를 이용해 유전적으로 동일한 복제양 '돌리'를 만드는 데 성공했으며, 이후 소, 말, 돼지 등 다양한 동물 복제가 이어졌다. 한편 1989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가 개발한 월드 와이드 웹은 http 프로토콜을 통해 전 세계 네트워크 연결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인터넷의 대중화를 주도했다.

2006.02.21

21세기는 바이오 시대

옥수수로 옷 만들고 자동차도 달린다

바이오기술은 생물체를 이용해 의약품, 식품, 의류, 연료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21세기 핵심 기술로,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옥수수 같은 식물로 플라스틱과 섬유, 에탄올 연료를 생산하는 '화이트 바이오' 기술과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이 주목받고 있으나, 복제와 유전자 조작 등 윤리 문제가 함께 대두되고 있다.

2006.04.18

문명국 부럽지 않은 야만인 존의 선택 '참된 자유'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문명국 부럽지 않은 야만인 존의 선택 '참된 자유'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철저히 통제된 문명국과 자유로운 야만국을 대비시키며, 약물과 최면으로 만들어진 가짜 행복보다 고통과 자유를 동반한 참된 인간다움의 가치를 묻는 작품이다. 91년 전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이 소설은 인공지능 시대에 인류가 추구해야 할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2023.04.06

2006 정시논술 예상 10大 주제②

- 1

21세기 생명공학 발전에 따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언론의 엠바고 문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세계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친일파 청산, 국적 포기 급증 등 과학·언론·경제·역사·사회 분야의 주요 이슈들이 논술 시험의 핵심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이슈들은 단순한 사실 관계를 넘어 인간의 존엄성, 언론의 자유, 경제 정의, 역사 해석, 국민의 의무 등 근본적인 가치관과 윤리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2005.12.12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