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아픔 속에서 핀 소년과 외다리 청년의 우정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전쟁의 아픔 속에서 핀 소년과 외다리 청년의 우정

생글생글2025.06.05읽기 5원문 보기
#제2차 세계대전#나치 독일#게슈타포#국제적십자사#전쟁 난민#경제학#전후 복구

20세기에 세계대전이 두 차례 벌어졌고, 우리나라에서도 1950년에 참혹한 전쟁이 일어났다. 그로 인해 예전에는 상이군인들이 목발을 짚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목발’의 독일어가 ‘크뤽케’다.

<크뤽케>를 쓴 독일 작가 페터 헤르틀링은 1933년생으로, 어린 시절 나치 독일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했다. 성인 문학 작가로 소설과 시를 발표하던 페터 헤르틀링은 1970년경부터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차례 상을 받으며 가장 뛰어난 동화작가로 인정받았다. <크뤽케>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헤센영화상을 수상했다.

페터 헤르틀링은 전쟁이나 죽음, 장애를 주제로 진지하고 무거운 내용의 동화를 주로 쓰지만, 언제나 아이들의 생각을 놓치지 않고 현실적으로 그려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뤽케>에도 비참한 전쟁 속에서 핀 사랑과 우정이 진하게 담겨 있다.

패망한 독일과 오스트리아 빈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13세 소년 토마스와 크뤽케로 불리는 33세 장애 남성이다. 미국, 소련, 프랑스, 영국이 유럽의 평화를 위해 회의를 계속하던 제2차 세계대전 직후를 그렸다.

고아원에 가기 싫은 토마스

아버지가 전쟁에서 전사해 엄마와 둘이 살던 토마스는 혼잡한 기차역에서 엄마와도 헤어지고 만다. 혼자서 오스트리아 빈에 사는 반다 이모를 찾아갔으나 폭격을 맞았는지 집이 사라지고 없었다. 마지막 희망이 사라진 토마스는 “경찰과 소련 군인들이 고아들을 잡아간다”는 소문에 두려움을 느끼며 거리를 배회한다.

그러던 중 길에서 목발 짚은 외다리 사내를 보고, 무작정 따라간다. 가라고 소리 지르던 남자가 잠시 후 허름한 건축용 차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다. 토마스는 오랜만에 씻고 음식도 얻어먹는다. 이름을 묻는 토마스에게 남자는 ‘크뤽케’라고 부르라고 한다. 좀 편안하게 지내는가 했으나 얼마 안 가 총소리가 났고, 둘은 잽싸게 그곳을 빠져나온다.

시내 무료 급식소에 가서 배불리 먹게 해주고 성당과 궁전 건물도 구경시켜준 크뤽케는 토마스를 데리고 친구 브롱카의 집으로 간다. 크뤽케와 욕실에서 함께 목욕하며 처음으로 그의 다친 다리를 본 토마스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토마스는 크뤽케의 실제 이름이 에버하르트 빔머이고,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육군 중위로 전쟁에 나갔다가 부상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히틀러와 전쟁을 증오하는 친구들과 함께 전단을 만들었다가 게슈타포의 추적을 받았다는 사실도.

크뤽케와 브롱카가 토마스를 고아원으로 보내려고 하자 토마스는 “안 돼요”라고 소리친다. 두 사람은 토마스의 엄마를 찾아주기로 결정하고, 크뤽케가 국제적십자사에 가서 신청하고 온다. 토마스의 엄마도 어디선가 신청하기를 고대하면서.

한 달이 되어도 아무 소식이 없자 두 사람은 학교에 다녀야 하는 토마스를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브롱카가 두 사람이 독일로 돌아갈 수 있는 통행증을 발급받아 오자 이들은 떠날 준비를 한다. 크뤽케는 신분증이 없는 토마스가 자칫 고아원으로 가게 될까 봐 자신을 이모부로 부르라고 단단히 훈련시킨다.

호국의 달에 생각하는 평화

두 사람이 독일로 돌아가는 길은 험난하기 짝이 없다. 비좁고 악취 나는 기차 안에서 온갖 고생을 다 하는데 “독일 망명자들을 받아주지 않으려고 해서 기차가 계속 빙빙 돌고 있다”는 소문도 듣는다. 출발한 지 5주째, 함께 기차를 타고 가던 할아버지가 죽는 등 분위기가 흉흉하다. 크뤽케까지 말라리아로 심하게 앓자 토마스는 발을 동동 구른다.

토마스는 기차 안에서, 그리고 잠깐씩 머무는 동네에서, 다리가 불편한 크뤽케를 충실하게 돕는다. 크뤽케는 토마스에게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 힘든 곳에서도 견디는 법을 알려준다. 8개월 동안 거주지를 네 번이나 옮기고 드디어 학교에 다니게 되었을 때, 적십자사에서 연락이 온다. 행복한 모자 상봉을 앞둔 토마스는 크뤽케와 슬픈 이별을 해야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얼마 전에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 미사일을 쏘아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쟁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호국의 달 6월에 <크뤽케>를 통해 토마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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