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받는 현대인, 상상속의 디스토피아만은 아니다?
《1984년》에서 '존재'라는 말의 의미는 극히 기만적이다.
당의 의지와 명령에 따라 세상 모든 것은 끊임없이 부정되고 날조된다.
당이 둘 더하기 둘은 다섯이라고 공표하면 비록 진실이 아니더라도 그것을 믿어야만 한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진실이라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숨 막힐 것 같은 현실에 윈스턴은 반발한다.
그는 자신의 언어를 토하며 일기를 써내려 가고,막연하기만 하던 그의 불만과 의문을 점차 구체적으로 다듬는다.
또한 감시의 눈을 피해 쾌활한 줄리아와 연애하면서 사랑을 금지하는 체제를 비웃고 거리낌 없이 자유로운 생각을 나눈다.
그는 일기에 다음과 같은 구절을 당당히 쓴다.
"자유란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고 말하는 것이 자유이다.
그것이 용납된다면,그 밖의 다른 모든 것도 이에 뒤따른다."
그러나 이러한 생활도 잠시,밀월을 즐기던 현장에서 윈스턴은 줄리아와 함께 체포당해 애정성(愛情省)으로 끌려가 고문과 세뇌를 받는다.
놀랍게도 세뇌 담당자는 윈스턴이 한때 반체제주의자라고 믿어 마음을 터놓았던 오브리엔이다.
애정성이라는 역설적인 명칭의 감옥 안에서 윈스턴과 오브리엔은 실재와 가공,권력과 인간에 대해 논쟁을 벌이지만 고문을 앞세운 절대적인 권력에 의해 대립의 한 축이던 윈스턴은 서서히 허물어지고 만다.
⊙ 원문 읽기 "자넨 겸손하지도 않고 자기 훈련을 하지도 못해 이 꼴이 되었어.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복종도 하지 못했어.
정신 이상이 되어 단 한 사람으로 이루어진 소수파가 되려고 했지.
오직 훈련된 사람만이 실재를 볼 수 있는 거라네 윈스턴.
실재(實在)란 객관적이고 외적이며 그 나름대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자네는 믿고 있어.
실재의 본질은 자명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자네가 잘못 알고 무엇인가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다른 사람들도 자네와 똑같은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러나 윈스턴,말해 두겠네만 실재는 외적인 것이 아니야.
실재는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것이지 어디 다른 곳에 있는 것은 아니야.
그것도 오류를 범할 수 있다네.실재는 어떤 경우에든 곧 소멸해 버릴 개인의 마음 속이 아니라 오직 집단적이고 불멸인 당의 마음 속에 존재한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