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혁명’과 금융 빅뱅
모바일 결제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전통적인 금융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에선 카카오톡이 조만간 모바일 송금과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선 2020년 모바일 결제가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완전 대체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IT와 금융이 결합한 ‘핀테크(Fintech)’는 IT는 물론 금융산업의 미래를 바꿀 전망이다.
- 8월 12일 한국경제신문
☞ 스마트폰을 이용해 단돈 1만원이라도 이체하려면 현재는 총 6단계를 거쳐야 한다. 신분을 입증할 수 있는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하고 비밀번호와 보안코드 등도 입력해야 한다. 입력 숫자만 최대 40여개다. 고객 예금 보호를 위해서라지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이런 불편은 조만간 사라지게 된다. IT와 금융을 결합한 이른바 ‘핀테크’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덕분이다.
‘카톡 뱅크’의 탄생
카카오톡은 이르면 다음달 ‘뱅크월렛 카카오’ 서비스를 시작한다. 카톡에서 돈을 받을 상대방을 선택한 뒤 액수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송금이 끝난다. ‘뱅크월렛 카카오’는 카카오톡이 국민, 우리 등 14개 은행과 함께 가상의 지갑을 만들어 카톡 이용자끼리 돈을 주고받도록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뱅크월렛 카카오’ 앱을 이용해 지인에게 돈을 송금하려 한다면 먼저 가입 시 연결된 본인의 은행계좌에서 ‘뱅크월렛 카카오(일종의 가상 지갑)’로 돈을 충전해 놔야 한다. 최대 충전 금액은 50만원이다. 그러면 이 앱에 저장된 돈을 은행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송금할 수 있다. 카톡 친구 리스트에 있는 사람에게 하루 최대 1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다. 뱅크월렛 카카오로 받은 돈은 별도 계좌로 입금되고 직접 물건 구입도 가능하다. 수수료는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보다 훨씬 싼 건당 100원 정도로 예상된다.
네이버 라인도 이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두 회사의 국내 회원수를 합치면 약 7000만명. 은행으로선 송금과 지급결제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이들 모바일 메신저에 뺏길 가능성이 작지 않다. 더구나 IT업체들이 모바일 자금이체나 결제에 이어 몇몇 국가에서 이미 시작된 모바일 대출과 자산관리 시장까지 진출할 경우 은행이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당장 카카오는 은행에 이어 신한, KB, 하나SK 등 국내 9개 신용카드사와 제휴, 기존 신용카드를 사용해 간편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오는 9월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은행의 최대 경쟁자는 카톡이나 네이버 같은 IT업체”, “은행업의 위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핀테크 혁명…앞서 뛰는 해외 업체
이런 금융산업의 변화를 단적으로 표현한 용어가 바로 ‘핀테크’다. 핀테크(Fintech)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모바일 결제, 송금, 개인자산관리, 크라우드 펀딩 등 금융 서비스와 관련된 기술을 의미한다. IT의 발전, 특히 모바일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본격 등장한 핀테크는 보다 편리하고 빠른 금융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고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핀테크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고 일부 국가와 IT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핀테크에 대한 글로벌 투자 규모는 최근 5년 새 3배 이상 성장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액센츄어에 따르면 핀테크 벤처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금액은 2008년 9억2000만달러에서 2013년 29억7000만달러로 늘었다. 특히 세계의 금융허브인 영국 런던은 핀테크의 중심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중국에선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이미 ‘알리페이(Alipay)’를 서비스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온라인 지갑에 미리 돈을 충전한 뒤 결제하는 선불 전자결제 서비스로 ‘뱅크월렛 카카오’의 모태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사용자가 8억명에 달한다. 한국처럼 공인인증서도 필요 없고 결제할 때마다 결제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택시를 타거나 커피점을 이용할 때 현금이나 카드를 낼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에 담긴 알리페이 앱을 열어 결제 버튼만 누르면 끝이다. 알리바바는 한 해 430만명이 넘는 국내 중국인 관광객의 지급결제 시장을 잡기 위해 한국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이미 대한항공 등 국내 400여개사가 알리페이 결제를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