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각오'로 희망을 향해 돌진한 女전사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죽을 각오'로 희망을 향해 돌진한 女전사

생글생글2024.11.14읽기 5원문 보기
#자수성가#사회계층 이동#교육 투자#경력 개발#여성 경제활동#인적자본#기회 불평등#희망의 증거

(169) 서진규 < 다시,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

미드저니 서진규의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가 출간 23년 만인 2022년 11월 〈다시,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로 돌아왔다. 서문을 추가해 다시 낸 이 책이 밀리언셀러 〈세이노의 가르침〉 첫 장 첫 글에 소개되면서 더욱 독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삶을 에세이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 20년 넘게 큰 반향을 일으키는 비결은 뭘까. 책 제목대로 저자가 많은 사람의 가슴에 ‘희망의 증거’가 되어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리라. ‘흙수저’보다 더 낮은 ‘진흙바닥 수저’라고 자신을 규정한 서진규 저자의 삶은 어떻게 수많은 이의 희망으로 떠올랐을까.

1948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제천에서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엄마를 돕느라 새벽 5시에 기상해 밤까지 집안일을 해야 했다. 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해 부모를 졸라 서울로 유학, 풍문여고에 진학한다. 영어 잡지를 돌리고 가정교사까지 하면서 어렵게 공부했지만, 돈이 없어 대학 대신 가발 공장에 취직한다. 가발을 제대로 못 만들어 퇴짜만 맞다가 골프장 캐디로 일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서도 그는 영어학원을 다녔다. 그러다 사랑하던 사람과 이별한 후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워하던 차에 “미국에서 가정부를 구한다”는 말에 미국행을 결심한다.

2년 만에 나온 비자를 손에 쥐고 1971년 미국으로 떠난 그는 타고난 성품대로 성실히 일하다 첫눈에 반한 남자와 결혼한다. 하지만 무능력한 데다 네 살 난 딸이 있던 남자는 폭력적이었다. 그런 남자를 피해 도피처로 선택한 것은 군 입대였다.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유능한 아내를 돕지는 못할망정 열등감을 느껴 자주 분노하고 손찌검한 그 남자와는 결국 이혼했다. 최우수 미군이 되다서진규의 진가는 1976년 28세의 나이로 미군에 입대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키 큰 미국 남성들과 똑같은 훈련을 받는 일이 고달프고 힘들었지만 ‘차별 앞에서 좌절하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그 사명감은 어디로 간 거야? 네 꿈을, 희망을 증명하겠다고 했잖아’라며 자신을 다그치며 수련한 끝에 그는 최우수 훈련병이 된다. 보급 주특기 훈련 15개 과목에서 전부 만점을 받으며 최고 우등생이 된 그의 첫 부임지는 서울이었다. 도전을 멈추지 않는 서진규는 최고령 후보생으로 간부에 지원, 혹독한 훈련을 거쳐 1981년 미 육군 소위가 된다. 50명이 참가한 병참 장교 주특기 교육 과정에서 악착같이 노력해 일등상과 최우수 지도자상을 받았고, 한국 출신 여성 최초로 일반 중대 중대장이 되었다.

두 아이를 낳은 여성이 10세 이상 어린 젊은 군인들과 경쟁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는 반드시 해낸다는 각오로 혼신을 다해 최우등 행진을 이어갔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대학에 등록한 그는 지역을 옮길 때마다 대학도 옮겨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서울 용산에 있는 메릴랜드 대학교 분교에서 졸업장을 받았다. 첫 대학 등록 이후 14년 만에 다섯 번째 대학에서 학사 졸업장을 받은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유능한 동북아시아 지역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하버드 대학교에 지원하여 석사과정에도 합격했다.

42세에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하버드의 공붓벌레들과 경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한국 여자는 정말 무섭도록 강하구나”라는 소리를 들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인생에 순응하지 마라1992년 32명의 지원자 가운데 단 2명이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국제외교사 동양사언어학과’ 박사과정에 합격했다. 그중 한 사람이 서진규였다. 하지만 미군 장교 역할과 박사과정을 병행하기 힘들어 고심 끝에 하버드를 택한 그는 1996년에 소령으로 예편했다.

그리고 박사과정을 밟는 중에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를 펴냈는데 곧바로 밀려든 방송 출연과 강연 요청으로 서진규는 순식간에 유명 인사가 되었고, 자신의 바람대로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었다. 그는 다시 쓴 서문에서 “나는 스스로 내 인생을 정복했다”고 말하며 독자에게 “인생에 순응하지 마라. 내가 가진 것을 십분 활용하고, 분노가 필요하면 분노를 에너지 삼아 원하는 것을 얻어라”라고 권유한다.

이근미 작가 저자는 도전에 앞서 ‘나에게 꼭 필요한 것,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준비해야 할 것’을 점검한 후 ‘죽을 각오’로 희망을 향해 돌진했다고 한다. 10~15세나 어린 미군과 하버드 학생들과 경쟁해서 이긴 힘, ‘죽을 각오’를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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