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물레방아와 초기 산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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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물레방아와 초기 산업화

박정호 기자2011.05.10읽기 6원문 보기
#산업혁명#물레방아#수력공학#기계혁명#제철업#증기기관#동력화#초기 산업화

곡물 빻던 물레방아가 철광석을 녹이다증기기관 나오기전 '기계 혁명' 주도용광로 온도 높여 철 대량생산 앞당겨 물레방아는 역사상 최초의 기계식 엔진이라 할 만하다. 흐르는 물 속에 내재된 에너지를 자동적으로 생산적인 작업으로 전환시키는 물레방아는 무생물 에너지를 대규모로 동력화한 첫 번째 돌파구였다. 증기기관 이전 시대의 산업 발전은 결국 물레방아를 어느 정도 이용할 수있느냐에 따라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레방아는 수평 물레방아와 수직 물레방아로 나눌 수 있다. 수평 물레방아는 물이 바퀴를 돌리면 그 위에 평행하게 붙어 있는 맷돌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로 돼 있는데,주로 곡물을 빻는 용도로 전 세계에서 쓰였다.

두 명의 노예나 당나귀를 써서 약 1.5마력의 힘을 내는 고대의 맷돌에 비하면 이런 물레방아의 힘은 몇 배는 더 강했다. 수직 물레방아는 기원전 1세기에 로마의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것으로 보이는데,바퀴를 물 속에 수직으로 배치해 훨씬 더 큰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수직으로 도는 바퀴의 힘은 캠축과 기어 장치를 통해 전달돼 거기에 연결된 맷돌을 수평으로 돌렸다. 로마 시대에 바르브갈(Barbegal) 지역에서는 10㎞가 넘는 수로로 끌어온 물로 18개의 바퀴를 돌려 일련 공정 모터처럼 사용할 정도로 물레방아 이용 기술이 발전해 있었다.

중세에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 상사식(上射式 · overshot) 수직 물레방아였다. 이 물레방아는 물이 위쪽에서 바퀴 판에 지속적으로 떨어지도록 만들었다. 기존 물레방아보다 보통 3~5배의 효율에 최대 60마력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런 물레방아를 이용해 중세 유럽은 일종의 '기계혁명'을 겪었다. 유럽 전역에 물레방아는 몇 채나 있었을까. 1086년 잉글랜드에서 편찬된 '둠즈데이북'이라는 과세 재산 조사집에는 세번 강과 트렌트 강 남부 3000곳의 거주지에 5624채의 물레방아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거주지 한 곳에 물레방아가 2채나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 비율은 유럽에서 인구가 많고 번영을 누리는 지역과 비슷하다. 14세기 초 파리 근처의 센 강에는 불과 1마일 안에 68채의 물레방아가 집중돼 있었다. 사람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모든 작은 하천에는 대개 4분의 1~2분의 1마일마다 물레방아가 있었다. 18세기 산업혁명이 시작될 즈음,유럽 전체에는 대략 50만채 이상의 물레방아가 있었다. 여기에서 얻는 막대한 에너지는 서구 경제가 산업혁명 단계로 넘어가는 발전 도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11세기 이후부터 물레방아는 초기 산업에 광범위하게 사용됐다. 기계 전동장치,플라이휠,캠축,컨베이어 벨트,도르래,피스톤 같은 장치들도 이 과정에서 개발됐다.

이 방면에서 가장 앞선 곳은 수도원이었다. 사람들은 수도원 공동체가 이교도 개종,고대 문헌의 보존,고전 교육의 부활만큼이나 수력공학(水力工學) 발전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점에 대해 잘 모른다. 유명한 신비주의자이자 시토 수도회의 지도자인 성 베르나르가 기거하던 북부 프랑스의 클레르보 수도원이 전형적인 사례다. 이 수도원은 오브(Aube) 강물을 끌어와 물레방아를 돌려 아주 다양한 작업들을 했다. 제분기의 바퀴가 맷돌을 돌려 곡물을 빻고,큰 여과기를 흔들어 겨와 밀가루를 분리해냈다.

또 축융(縮絨 · 양모를 서로 엉키게 하여 조직을 조밀하게 만드는 과정) 중인 직물을 내리치는 무거운 해머를 움직이고,나무를 톱으로 켜며,올리브를 압착했다. 수도원이 마치 공장 같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가. 물레방아를 이용하는 노하우는 수도원으로부터 도시들로 이전된 후 제지업,직물업,제철업 같은 중요한 산업들에 다양하게 쓰였다. 그 중 제철업을 예로 들어보자.유럽의 제철소는 수력을 이용하게 된 이후 나무가 울창한 삼림 지대로부터 강변이나 물이 빠르게 흐르는 제방 근처로 이전했다. 물레방아는 우선 해머를 움직여 내리치는 과정에 이용됐다.

최대 3500파운드,작은 것이라 해도 150파운드 무게인 기계해머를 분당 200회씩 움직여 철에 거대하고 단일한 타격을 가하며 형태를 잡아나갔다. 14세기 말이 되면서 직경이 수십㎝에 이르는 한 쌍의 가죽 풀무를 물레방아로 움직여 강력한 공기돌풍을 용광로에 불어넣었다. 이런 일을 몇 주 동안 쉬지 않고 하면 용광로 내부 온도를 섭씨 1500도까지 올릴 수 있어 드디어 철광석을 용해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 최초로 충분한 양의 용해된 철을 주조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조만간 제철업은 전통적인 소규모 수공업에서 유럽 최초의 대량생산 산업으로 전환했다. 1500년께 유럽의 철 생산은 6만t에 달했다.

수력 압연 공장에서는 두 개의 철제 실린더가 철을 막대 모양으로 평평하게 만들고,회전식 선반(旋盤)으로 절삭해 쇠못을 만들었다. 제철소에서는 불로 달궈진 가단성(可鍛性) 있는 다량의 철을 목조 샤프트(굴대)에 달린 기계식 해머로 내리쳐 다양한 형태로 바꿔 농기구나 공업기구를 만들었다. 또 철이 동시대에 확산된 화약과 결합해 대포와 화기를 만들어내자 유럽의 함선과 군인들은 향상된 무기로 무장했다. 다른 문명권에서는 왜 이런 발전이 지체됐을까. 이슬람 문명권에는 연중 물이 흐르는 작은 하천이 부족해 물레방아 이용에 불리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값싼 노동력의 과잉 상태 때문에 기술적 혁신이 그리 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유럽 지역에 작은 하천들이 많이 있었고,물레방아로 수력 에너지를 사용한 것은 경제 · 정치적으로 많은 분권적 지역들이 흥기하도록 만든 중요한 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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