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보내기와 걸러내기
서울 장충동에 가면 족발집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한결같이 간판에는 '원조집'이다.
원조(元祖)라면 한 곳뿐이어야 하는데,줄잡아 수십 곳에 달한다.
족발집뿐 아니라 신림동 순대집,신당동 떡볶이집,마포 소금구이집,포천 이동갈비집,속초 순두부집 등 유명 식당가마다 도대체 어느 집이 원조인지 구분이 안 된다.
분명히 원조가 있을 텐데,왜 신장개업하는 식당들까지 너도나도 원조집 간판을 내걸까.
손님에 대한 기만이 아닐까.
도대체 어떤 원조집을 들어가야 맛있는 족발을 먹을 수 있을까….
이처럼 식당이 호객을 위해 원조집이라고 간판을 내거는 것을 경제학에선 '신호보내기'(signaling)라 하고,그 중에서 손님들이 맛있는 집을 골라내는 행동을 '걸러내기'(screening)라고 한다.
오늘은 정보 비대칭에서 비롯되는 세번째 주제,정보의 전달과 획득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 원조집의 신호보내기,손님의 걸러내기 원조집이란 간판은 엇비슷한 족발집 가운데 맛집에 대한 정보가 없는 손님에게 자기가 가진 사적 정보를 준다.
이 같은 '신호보내기'에 대해 '맨큐의 경제학'은 "정보를 가진 쪽(족발집)이 사적 정보(원조집이란 사실)를 다른 사람들(손님)에게 신빙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이라고 정의했다.
반대로 "정보가 부족한 쪽이 상대방의 사적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취하는 행동"이 바로 '골라내기(선별)'이다.
예컨대 손님이 맛집을 찾기 위해 미리 인터넷을 뒤지거나 가서 먹어본 친구에게 묻는 등의 행동이다.
최초의 A족발집이 원조 간판을 달았을 때는 확실히 신호보내기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B,C,D… 등의 족발집이 너도나도 원조 간판을 달고,세월이 흐르자 이젠 누가 원조인지 모르게 됐다.
'원조집'에는 더 이상 신호 기능이 없게 된다.
따라서 식당들은 'TV에 나온 집' 같은 새로운 신호를 내건다.
하지만 이 역시 오래 못간다.
너도나도 'TV에 나온 집'이란 간판을 달기 때문이다.
손님들의 '걸러내기'가 불가능해지면 색다른 신호를 연구할 것이다.
그래서 가끔 실소를 머금게 하는 간판도 보인다.
'KBS MBC SBS에 나올 집(또는 나오고 싶은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