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혁신이 지배하는 미래사회, 인간다움은 무얼 의미할까
경제

기술혁신이 지배하는 미래사회, 인간다움은 무얼 의미할까

고은이 기자2021.03.04읽기 6원문 보기
#4차 산업혁명#AI(인공지능)#데이터#기술혁신#플랫폼 경제#데이터 거래시장#지식정보산업#정보기술(IT)

영화로 읽는 경제학

시네마노믹스

(39) 블레이드러너 2049(下)

원하는 기능대로 만들어 인간 대체하는 '리플리컨트' 시대

가까운 미래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간형 로봇 리플리컨트를 다룬 영화 ‘블레이드러너 2049’. 구형 리플리컨트 제품을 ‘퇴직’시키는 업무를 맡은 특수경찰 K(라이언 고슬링 분) 또한 리플리컨트다. 우연히 한 구형 리플리컨트 유골에서 출산 흔적을 발견하고 상사의 지시에 따라 이 생식 기술로 태어난 아이를 찾아 나선 K는 아이가 겪은 일들이 자신의 오랜 기억과 일치하자 감정의 동요를 느낀다. 리플리컨트 독점 제조기업인 월레스는 신기술 확보를 위해 이 ‘기적의 아이’를 추적한다.

월레스 회장(제러드 레토 분)이 생식이라는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것은 기존 리플리컨트 제품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 혼란을 우려한 정부가 월레스를 막아선다. 월레스의 직원은 정부를 향해 답답한 듯 외친다. “위대한 혁신이 뭐가 두려워서? 빗자루 따위로 거센 파도를 막진 못해.” K의 선택은아이의 아버지를 수소문하던 K는 결국 데커드(해리슨 포드 분)를 찾아낸다. 데커드는 과거 리플리컨트와의 사랑을 통해 ‘기적의 아이’를 생산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자식을 보호하겠다는 목적 아래 자식을 버리고 잠적했다. K는 자신이 당신의 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데커드에게 차마 전하지 못한다.

혼란스러운 K 앞에 한 무리의 리플리컨트들이 나타난다. 데커드와 함께 인간들을 향한 반란을 준비하고 있었던 세력이다. 이들과의 대화에서 K는 제 것이라고 여겼던 기억이 사실은 자신이 실제 겪었던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리플리컨트 제작 과정에서 삽입된 가짜였다. K는 ‘기적의 아이’도 ‘혁신의 씨앗’도 아니었다. 공장에서 생산된 평범한 리플리컨트였다. 리플리컨트 반란군은 K에게 데커드를 폐기해 달라고 요청한다. 아이의 아버지인 데커드가 정부와 기업의 ‘타깃’이 된 이상 자신들의 반란 계획이 밖으로 알려질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K는 다른 선택을 한다.

데커드를 없애는 대신 진짜 ‘기적의 아이’의 거처로 그를 안내한다. 데커드가 자신의 딸과 처음으로 손을 맞대는 순간, 가동 기한이 다 된 K는 한쪽에서 조용히 눈을 감는다. 자신이 특별하길 바랐던 리플리컨트 K가 가장 인간답게 삶을 마무리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결국 이 영화는 곧 다가올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AI가 동료나 연인, 가족이 되는 세상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지켜야 할 ‘인간다움’은 무엇일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셈이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석유

월레스사는 모든 리플리컨트의 기억 데이터를 철저히 관리한다. 신제품 개발은 물론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영화 내내 이어지는 K의 추적 과정에서도 데이터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데이터가 미래의 자본이 될 것이란 예측이 영화 속에서 현실화한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을 이끈 자원은 석유와 석탄, 전기였다. 4차 산업혁명에선 데이터가 그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높다. 지식정보산업과 정보기술(IT)이 발달하면서 데이터에서 나올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전통적 생산요소인 토지, 자본, 노동이 데이터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주요 기업은 이미 데이터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페이스북이 와츠앱을 220억달러(약 25조5000억원)에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데이터의 주인은 누구일까‘데이터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도 제기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데이터는 기업이 구축한 플랫폼에서 사용자들이 활동하면서 생산된다. 기업들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사용자들에게 따로 보상은 안 한다. 공개적인 데이터 거래시장이 형성돼야 한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온다. 양질의 데이터를 생산한 사람에게 많은 대가를 지급해 데이터 공급을 늘리고, 이 과정을 통해 데이터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시티즌미’ ‘데이터쿱’처럼 사용자가 생산한 데이터에 보상을 하는 앱도 대거 등장했다.

반면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기업의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만큼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데이터를 대가 없이 제공하는 데 사실상 합의한 것이란 관점도 있다. 일부 인사는 기업에 데이터세(稅) 같은 방식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기업가 앤드루 양이 대표적이다. 그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 같은 기업으로부터 데이터세를 걷자고 했다. 개별 데이터보다는 데이터의 총합에서 큰 가치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용자 개인이 시장 거래를 통해 보상을 받기란 어렵다. 따라서 정부가 과세한 뒤 기본소득 형태로 재분배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고은이 한국경제신문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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