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 발표한 첫 장편소설에 세계가 관심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19년 전 발표한 첫 장편소설에 세계가 관심

생글생글2023.04.27읽기 5원문 보기
#부커상 인터내셔널#문학동네소설상#판권 계약#베스트셀러#영화화#노벨문학상#출판 시장

(96) 천명관 <고래>

게티이미지뱅크천명관 작가의 장편소설 <고래>가 2023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쇼트리스트) 여섯 편에 올랐다. 맨부커상이 부커상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한국 작품이 이 부문 최종후보에 네 번째 선정됐다. 2016년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으며 이후 한강의 다른 소설 <흰>, 정보라의 소설집 <저주토끼>가 최종후보까지 진출했다.

5월 23일 <고래>가 두 번째 수상작이 될지,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기만 해도 세계적인 관심 속에서 판권 계약이 줄을 잇는데, 이미 국내외에서 <고래>가 유영하기 시작했다. <고래>는 2004년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으로 천명관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처음으로 쓴 작품이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부커상 후보에 올랐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고래>에 대해 “이런 소설은 없었다. 읽어보길 추천한다. 에너지에 휩쓸린다. 캐릭터는 비현실적이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다. 착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며 아래와 같이 부연설명했다.

“사악한 유머로 가득 찬 소설, 유머와 무질서로 전통적 스타일을 전복하는 문학 양식인 카니발레스크(Carnivalesque) 동화. 한국의 풍경과 역사를 관통하는 피카레스크(picaresque·악인이 주인공인 소설)식 탐구. 생생한 인물들은 어리석지만 현명하고, 끔찍하지만 사랑스럽다. ”이상야릇하면서 독특한 이야기출간 19년 만에 <고래>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다는 뉴스를 접한 독자들은 부커상 심사위원들의 평에 고개를 끄덕이며 ‘최종후보에 오를 만한 작품을 찾아낸 안목’을 칭찬했을 것이다. <고래>는 한마디로 이상야릇하면서 독특한 작품이다.

문학동네소설상을 심사했던 임철우 작가는 당시 “그 풍부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 속에, 보다 구체적인 인간 현실과 삶의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까지 아울러 담긴다면, 머잖아 우리는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같은 감동적인 소설을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평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고래>의 휘몰아치는 이야기 폭포수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허우적대다가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머잖아가 아니라 바로 지금 만났잖아”라고 중얼거렸을 게 분명하다. 소설은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와 2부에서는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의 일대기와 주변 인물들의 천태만상이 펼쳐진다. 3부는 감옥을 나온 뒤 폐허가 된 벽돌공장에 돌아온 금복의 딸인 지적장애인 춘희의 삶을 담고 있다. 수십 개의 에피소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고래> 속에는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가 다 모여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서 듣던 옛날이야기, 동화책에서 본 설화와 신화, 인터넷에 떠도는 엽기 유머가 TV 대하드라마처럼 유장하게 펼쳐진다. 옛날이야기인 듯한데 모퉁이를 돌면 우악스러운 춘희가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현실감과 함께 이상하고 오묘한 기운을 뿜는 소설이다.

한마디로 소설에 대한 기존 상식을 보기 좋게 비껴가면서 놀랄 만한 풍성함과 톡톡 튀는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꿈꾸던 영화감독 데뷔문학에 대한 경외심을 안고 오랜 기간 습작해온 작가들은 천명관 작가로 인해 허탈함을 느낄 수도 있다. 영화 ‘총잡이’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를 쓰며 감독의 꿈을 꾼 그는 오랜 기간 충무로를 떠돌며 좌절을 맛봤다. 마흔을 앞둔 2003년, 동생의 권유로 소설에 입문해 단편소설로 데뷔한 뒤 이듬해 처음 쓴 장편소설 <고래>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후 내놓은 여러 편의 장편소설 가운데 <고령화 가족> <나의 삼촌 브루스 리>가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고래>에 ‘세상에 떠도는 얘기란 본시 듣는 사람의 편의에 따라, 이야기꾼의 솜씨에 따라 가감과 변형이 있게 마련이다’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천명관 작가는 이 소설에 대해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았을 뿐, 나는 별로 한 게 없다’고 피력한 바 있다.

이근미 작가 주변에 떠도는 이야기를 엮어 세계를 놀라게 할 재능이 당신에게도 있을지 모른다. 지난해 영화 ‘뜨거운 피’로 감독 데뷔의 꿈을 이룬 데 이어 부커상 후보에 오른, 노력하는 행운아 천명관 작가의 <고래>를 읽으며 이야기를 수집해 엮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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