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 강홍민 기자]
최근 창업 열기가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로 퍼지고 있다. 일상 생활에서의 불편함을 편리한 서비스로 사업화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면서 우리 생활의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창업 열기 속에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잣대로 옥석을 가리는 투자심사역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벤처 캐피털(VC) 업계에서는 연봉 5억원 이상 투자심사역이 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봉 10억대 투자심사역도 등장하고 있다. 바이오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산업 분야의 투자심사역은 기본급의 10배가 넘는 성과급을 받는다 .두 번의 창업 경험을 무기로 투자심사역이라는 새로운 직업에 도전한 이정준(29) 퓨처플레이 투자심사역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투자심사역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보통 투자심사역은 투자 심사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심사역이 하는 일은 크게 딜 소싱, 투자 집행, 사후 지원 3가지로 구분된다. 특히 우리 회사는 다양한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한다. 예를 들어 채용 행사를 기획·진행하거나 예비 창업자들을 교육해 창업까지 이어지게 하는 프로젝트도 심사역이 맡고 있다. 좋은 팀을 찾고, 투자하고, 그 팀이 잘 될 수 있게 필요한 모든 일을 하는 것이 심사역의 역할이다.”
-심사역이 되기 위한 조건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직 심사역의 조건을 말씀드릴 만큼 충분한 내공이 쌓이지 않았지만 어떤 역량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진 않는다. 심사역을 하기 전에 창업을 해 본 경험을 토대로 얘기한다면 스타트업에서 주도적으로 성과를 만들어 본 경험이나 스타트업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관찰력이 필요할 것 같다.”
온라인 다이어트 서비스, 화장품 브랜드 론칭 등 두 차례 창업 경험"창업자가 겪는 리스크가 나와 안 맞다고 판단···가장 잘 할 수 있는 투자심사역에 도전"
-창업자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진로를 변경했다. 창업을 그만 둔 계기가 있나.
“대학 때 두 번 창업을 했었다. 첫 번째는 온라인 다이어트 서비스였고, 두 번째는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다. 직접 제조하고 유통, 브랜딩까지 했었다. 화장품 브랜드 사업을 할 때 제품에 문제가 생겨 전 소비자를 상대로 환불을 했는데, 한 순간에 회사 빚이 억 단위로 생기더라. 갑자기 큰 빚이 생기니 무서웠다. 창업을 하면 언제나 리스크는 생기기 마련이지만 문득 그 리스크가 무섭게 느껴지면서 내가 창업과 맞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투자심사역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취업을 준비하면서 내 이력서가 가장 빛을 볼 수 있는 곳을 생각해 보니 VC였다. 어릴 적부터 본받을 점이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소수의 사람들과 깊은 유대 관계를 가지며 돕는 일을 즐겨했다. 이런 성격과도 잘 맞는 일이 투자심사역이라 생각했다.” -투자심사역으로서 시간이 많이 지나진 않았지만 창업할 때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어떤가.
“비교적 안정감이 든다. 급여부터 여러 가지 면에서 좋아졌다. 창업할 땐 늘 회사가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걱정은 없다.”
-서울대 조선해양학과를 졸업했다. 창업과는 거리가 먼 전공이다.
“맞다. 보통 현대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계로 많이 취업한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엔 조선업 경기가 좋지 않아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으로 취업한 동기들도 많다. 창업을 한 사람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원래 창업에 관심이 있었나.
“대학 2학년 때 졸업 선배와의 만남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당시엔 서울대에 들어왔으니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질 수 있겠다 싶었다. 조선업계에 취업한 선배에게 연봉을 물어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적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선업 경기가 워낙 안 좋을 때여서 그랬던 것 같다. 우연하게도 그 무렵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돈을 버는 수단이 꼭 노동이 아니라 창업이나 투자를 해서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교내 창업동아리(SNUSV)에 가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