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폭탄'이라는데 1명 통신비보다 싸다?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전기료 폭탄'이라는데 1명 통신비보다 싸다?

황정환 기자2024.09.26읽기 5원문 보기
#전기료 누진제#한국전력#에너지 위기#누진 요금제#소득불평등#공기업 부채#원가 이하 요금#제2차 석유파동

(97) 전기료 누진제 연합뉴스 본격적으로 가을에 접어드는 추석까지 푹푹 찌는 폭염이 이어지자 누진제 완화 등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냉방 수요 증가 등으로 늘어난 전기 사용량에 맞춰 누진 구간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 주장도 만만찮다. 누진제를 폐지하면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대규모 부채를 떠안고 있는 한국전력의 부실이 더 악화해 장기적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2024년 1월 15일 자 한국경제신문-어느 해보다 끈질기던 올여름 무더위로 지난 8월 가구당 평균 전기요금이 1년 전보다 13%나 오르면서 누진제 완화 등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 화두로 떠올랐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일각에선 “올여름이 다가올 여름 중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요. 이처럼 바뀌는 기후에 맞춰 쓸수록 더 내는 ‘누진’ 구조인 전기요금 책정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전기료가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절반 이하인 상황에서 누진제 폐지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누구는 ‘전기료 폭탄’이라 하고, 누구는 너무 싸다고 말하는 전기료에 혼란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을 듯합니다. 오늘은 전기료 누진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한국에 전기 보급이 시작된 1961년 이후 12년간은 전기를 많이 쓸수록 가격이 싸지는 ‘체감(遞減) 요금제’를 운영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1973년 정반대인 ‘체증(遞增) 요금제’, 즉 누진 요금제로 바뀝니다.

1973년 일어난 중동전쟁으로 에너지 원료인 석윳값이 치솟은 가운데, 한창 국가 차원에서 육성 중이던 반도체·자동차 등 산업 생산 시설을 멈출 수 없으니 일반 가정에서 전기를 아끼도록 장려하고, 당시로선 귀한 TV 등 가전제품을 쓰며 전기 사용량이 많은 부자에게 더 큰 비용을 매기자는 것이었습니다. 제2차 석유파동이 벌어진 1979년 총 12단계, 최저요금과 최고요금과의 차이가 19.7배까지 벌어진 누진 요금제는 이후 여러 차례 조정을 거쳐 2016년 현재의 3단계, 3배로 정착되어 8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으로 웬만한 가정이 TV와 세탁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사용하는 지금은 누진 강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 결과입니다. 현재 적용하는 7~8월 주택용 전력 요금 체계는 △300㎾h 이하(1㎾h당 120원) △300㎾h 초과 450㎾h 이하(214.6원) △450㎾h 초과(307.3원) 등 세 구간으로 나뉩니다. 7~8월을 제외한 기간엔 누진 구간을 △200㎾h 이하 △200㎾h 초과 400㎾h 이하 △400㎾h 초과로 운영합니다. 냉방 수요가 전체적으로 커지는 여름철엔 전기료를 깎아주는 구조이지요.

경제학에서 ‘누진’이 붙을 땐 해당 재화나 서비스의 과도한 이용을 억제하거나(누진 요금·가격),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더 높은 세금을 물려(누진세)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습니다. 전기 누진 요금제 역시 과도한 전기 소비를 막고, 전기를 많이 쓰는 고소득층에게 더 많은 요금을 물리는 제도인 셈입니다. 문제는 지금의 누진제가 당초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4인 가구의 7~8월 월평균 전기 사용량은 427㎾h였습니다.

올해 말 2023년 기준 수치가 나오는데, 에너지업계는 냉방 수요 증가와 식기세척기, 스타일러 등 다양한 가전제품이 대중화되면서 4인 가구 평균 전기 사용량이 500㎾h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450㎾h를 ‘과소비’라 보기엔 이젠 무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평균 가구에도 최고 요금을 매기는데 왜 전기를 공급하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부채는 2020년 132조5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202조8900억원으로 늘어난 것일까요. 이는 우리의 전기료가 상당 기간 원가 이하 수준으로 낮게 유지된 탓입니다. 바꿔 말해 누진제 구조지만 가격 자체는 낮았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우리의 전기료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원가는 건지는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선 절반 이하 수준입니다. 한전에 따르면 8월 가구당 평균 363㎾h의 주택용 전기를 썼을 때 요금이 일본과 프랑스는 한국의 2배 이상, 미국은 한국의 2.5배, 독일은 한국의 2.9배에 달합니다. 에너지 전문가인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가구 평균 전기료(6만3610원)가 한 사람 통신 요금(6만5867원)보다 낮은 게 현실”이라며 “누진제 개편에 앞서 전기료 정상화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NIE 포인트

황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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