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刹那)의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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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刹那)의 물리학

이상은 기자2007.12.05읽기 5원문 보기
#아토초(attosecond)#펨토초(femtosecond)#펨토화학(femtochemistry)#노벨 화학상#KAIST#X선 레이저#전자 움직임 관찰#양자 물리학

아토초(1/10의 18승)의 움직임까지도 잡아낸다아주 짧은 시간을 표현할 때 '찰나(刹那)'라는 말을 쓴다.찰나는 산스크리트어의 '크샤나'의 음을 따와 만든 한자어다.찰나는 얼마나 짧은 시간일까.120찰나는 1달찰나,60달찰나는 1납박,30납박은 1모호율다,30모호율다는 1주야(24시간)이다.즉,하루가 120×60×30×30찰나=648만찰나가 된다.하루는 8만6400초이므로,1찰나를 계산해보면 0.0133333…초라는 계산이 나온다.불교는 모든 것이 한 찰나마다 생겼다가 없어지고,없었다가 생기는 것을 반복한다고 가르치고 있다.순간순간 무한하게 반복되는 만물의 생성과 소멸의 무상함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일 것이다.과거에는 이 같은 표현이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것이었다.그러나 현대 물리학은 '찰나의 시간'에 일어나는 변화를 현실적인 문제로 바꾸고 있다.아주 짧은 시간 동안 원자 내부의 전자 움직임과 같은 운동을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말 그대로 '찰나의 시간 동안 만물이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것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밀리초·마이크로초·나노초·피코초·펨토초·아토초…

그러면 현대 물리학은 얼마나 짧은 시간 동안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을까.사람의 눈으로 인지할 수 있는 가장 짧은 움직임은 '밀리초(1000분의 1)' 단위의 움직임이다. 이쯤 되면 '눈'은 봤는지 몰라도 뇌가 '그게 뭐였지? '를 떠올릴 수는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다. 0.01초 차이로 들어오는 100m 단거리 주자들의 차이도 알 수 없는데 0.001초는 언감생심이리라.영화 '매트릭스'에서 키아누 리브스는 날아오는 총알도 유연하게 허리를 꺾어가며 피하지만 사실 사람의 눈으로는 날아가는 총알을 쫓을 수 없다.

날아가는 총알을 정지 상태처럼 보이도록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이 때는 '마이크로초'(100만분의 1) 속도로 셔터가 찰칵하고 여닫히는 카메라가 필요하다. 마이크로초의 1000분의 1은 '나노초',나노초의 1000분의 1은 '피코초'이다. 컴퓨터는 빠른 시간 내에 수많은 정보를 처리한다. 이 때 컴퓨터 회로 안에는 데이터를 담고 있는 수많은 전류 신호가 바쁘게 나노초 피코초 단위로 움직여다닌다. (이렇게 빠르게 다니는 데도 용량이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때는 이 전류 신호가 '교통 정체'를 겪으면서 수분~수십분이 걸린다. 그만큼 우리가 다루고 있는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뜻이다.

)피코초의 1000분의 1초는 '펨토초'(10의 15승분의 1초),펨토초의 1000분의 1초는 '아토초'(10의 18승분의 1초)이다. ⊙ 원자 내의 전자 움직임 관찰도 가능해마이크로,나노도 충분히 작은 단위인데 피코,펨토,아토….이쯤되면 솔직히 머리가 아프다. 이걸 다 뭐에다 쓰는 거냐고?이런 단위들은 분자와 전자,원자의 움직임을 시간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일례로 1999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Zewell교수는 '펨토화학'이라고 이름 붙인 펨토초 단위에서 이뤄지는 분자들의 결합과 해리(분리) 현상에 관한 연구로 이 상을 받았다.

분자보다 작은 단위인 원자와 원자 내부에서의 전자의 움직임을 표현하려면 이보다 더 짧은 시간 단위인 '아토초'가 사용된다. 수소 원자에서 전자가 핵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0아토초다. 아토초 단위의 전자 움직임을 찍으려면 그만큼 빠르게 '찰칵'하고 셔터가 여닫히는 카메라가 있어야 된다. ⊙ KAIST 연구진,'아토초 카메라' 개발

최근 과학기술원(KAIST) 소속 남창희 교수·김경택 박사팀이 이 아토초 단위의 카메라 노릇을 할 '아토초 펄스'를 개발했다고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남 교수팀이 만든 '카메라'는 X선 레이저의 펄스(맥박처럼 짧은 시간에 생기는 진동)를 이용한 것이다. 펄스 한번이 카메라 셔터에 해당한다. 남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은 이 X선 레이저를 200아토초 단위로 짧게 탁탁 쏘아보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레이저가 물체를 한 번 통과할 때마다 그때 그때 물체의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다. 이를 늘어놓으면 마치 사진의 '연사'처럼 물체의 운동과정을 한눈에 펼쳐 볼 수 있게 되는 원리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의 최고 국제 학술지로 꼽히는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지난 11월23일자로 게재됐다. 남 교수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은 이탈리아팀이 만든 130아토초 펄스.남 교수팀은 이번에 만든 기술을 활용해 조만간 100아토초까지 측정할 수 있는 X선 펄스를 만들 계획이다. 남 교수는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의 움직임이나 전자가 원자핵에서 떨어지는 이온화 과정도 관측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자의 움직임을 훤히 볼 수 있게 되면 원자를 조립하거나 분해하는 일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자를 조립·분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면,그리고 이를 분자나 조직에까지 적용할 수만 있다면,내 앞의 종이컵이나 장갑 컴퓨터 심지어 나 자신도 조립하고 분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체의 형태를 잘게 부숴서 똑같이 쌓아올릴 수 있다면….글쎄,그게 바로 순간이동이 가능한 시대일지도 모르겠다.

이상은 한국경제신문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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