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늑대 복제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던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 연구의 진실성 여부를 두고 벌어졌던 논란이 서울대 측의 검증 결과 일부가 발표되면서 일단 진정될 전망이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의 논문검증을 위한 예비조사 결과 이 교수팀이 실제로 늑대 복제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서울대 측은 외부기관에도 똑같은 내용의 조사를 의뢰했으나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팀은 앞서 지난달 26일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인 회색 늑대(한국 늑대) 두 마리를 복제했다고 발표했다. 복제 늑대의 이름은 '스눌프(SNUWOLF)'와 '스눌피(SNUWOLFFY)'다. 이들은 서울 대공원에 있는 두 살배기 암컷 회색 늑대 '누리'의 복제 늑대들이라고 이 교수팀은 주장했다. 이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생물학 분야의 과학 저널인 '클로닝 앤 스템셀'(Cloning and stem cells) 3월호에 실렸다.
◆ 복제 늑대는 왜 검증 논란에 휩싸였나
이 교수팀의 연구는 언론에 보도된 지 10여일 만에 논문에 의도적인(?) 오류가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진원지는 생물과학도들의 인터넷 게시판으로 황우석 전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던 '브릭'(http://bric.postech.ac.kr)이었다.
'berry'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한 연구원은 브릭 게시판을 통해 "이 교수팀의 복제 늑대 성공률이 조작됐다"고 지적했다. 늑대 복제 성공률이 기존 연구결과인 개 복제 성공률에 비해 훨씬 높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2005년 황 전 서울대 교수팀이 복제한 개의 개체 수를 한 번은 1마리로, 한 번은 2마리로 제시하는 등 일관성 없는 기준을 들이댔다는 것.
개나 늑대 등 동물을 복제하는 시스템은 사실 서로 비슷비슷하다. 문제는 성공률. 동물의 종류나 실험 방법의 아주 작은 차이만으로도 성공률은 크게 달라진다. 100마리의 대리모에서 1마리가 복제되는 것에 비해 10마리에서 1마리가 복제되는 것은 복제 기술의 산업적 가치 측면에서 의미가 크게 다르다. 늑대 복제 논문의 '사소해 보이는' 계산의 오류가 중대한 문제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 복제 개는 1마리? 2마리?
이 교수팀은 '클로닝 앤 스템셀'에 게재한 늑대 복제 논문에서 복제 개 스너피의 경우 복제 수정란 1095개를 사용해 1마리를 복제했으므로 복제 성공률이 0.09%에 불과하지만 복제 늑대 스눌프ㆍ스눌피의 경우 251개의 복제 수정란을 이용, 2마리를 복제했으므로 성공률이 0.8%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스너피에 비하면 성공률이 9배나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교수팀은 같은 논문에서 대리모를 기준으로 한 복제 성공률은 다르게 비교했다. 스너피는 123마리의 대리모를 통해 2마리가 복제돼 1.6%의 성공률을 거둔 반면, 늑대 복제는 12마리의 대리모를 통해 2마리를 복제했으므로 성공률이 16.7%에 달한다고 설명한 것이다. 눈치챘겠지만, 황 전 교수의 복제 개 개체 수가 같은 논문에서 1마리와 2마리로 각기 다르게 언급됐다. 만약 이를 2마리로 통일할 경우 수정란 대비 복제 늑대 성공률은 복제 개 성공률(0.18%)의 (9배가 아니라) 4.5배 수준이 된다.
이 같은 오류는 황우석 전 교수팀의 연구에서 복제 개 2마리를 출산하는데 성공했으나 1마리가 20여일 만에 폐렴으로 죽고 1마리만 살아남아 '스너피'라는 이름을 얻은 데서 비롯했다. 이 교수팀은 죽은 1마리를 한 번은 성공사례로, 한 번은 실패사례로 계산한 셈이다. 황 전 교수팀은 네이처지에 성공 개체수는 2마리라고 보고했다.
◆ '정확한 검증 필요' 지적 쏟아져
논문에 언급된 복제 성공률이 부풀려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서울대는 물론 정부와 언론사 등은 '제2의 황우석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며 바짝 긴장했다. 황우석 사태의 시발점이 됐던 '브릭' 게시판에서 이 교수팀의 논문 오류가 뒤늦게 지적되는 등 사태가 전개되는 양상이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즉각 연구진실성위원회를 구성, 이 교수팀의 논문 검증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