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아프리카서 남미까지 쉬지 않고 날아
과학과 놀자

나비, 아프리카서 남미까지 쉬지 않고 날아

생글생글2024.09.26읽기 5원문 보기
#국제공동연구#유전자 분석#동위원소 분석#바람 시뮬레이션#생태계 영향#기후 변화#종의 분포#장거리 이동

(207) 곤충의 장거리 비행

곤충은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얼마나 멀리 날 수 있을까. 새들의 장거리 비행에 대해서는 비행거리는 물론 출발지, 목적지, 경로까지 정확히 밝혀진 데 반해 곤충은 비교적 알려진 바가 적었다. 새들은 몸에 GPS 추적기를 부착할 수 있지만 곤충은 무게가 너무 가벼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여러 기술을 종합해 곤충의 장거리 비행에 관한 미스터리가 밝혀졌다.

스페인, 캐나다, 폴란드 국제공동연구팀은 작은멋쟁이나비가 대서양을 건너 약 4200km를 이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플리커

2013년 10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식물학연구소 제라르 탈라베라 연구원은 남아메리카 대륙의 기아나(프랑스령)에서 작은멋쟁이나비(Vanessa cardui) 무리를 발견했다. 이 나비들은 날개가 찢겨 있었으며, 모래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듯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제라르 탈라베라 연구원은 이 나비가 오랜 비행을 한 직후일 것으로 추측했다. 작은멋쟁이나비는 대륙 간 이동을 하는 곤충으로 알려져 있고, 남아메리카에서는 개체군을 안정적으로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대륙에서 날아온 나비라는 가설을 세운 것이다.

제라르 탈라베라 연구원이 이끄는 스페인, 폴란드, 캐나다 국제 공동연구팀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무리 중 세 마리를 포획해 여러 가지 분석을 진행했다. 먼저 연구팀은 북아메리카,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포획한 작은멋쟁이나비의 유전자와 이번에 포획한 나비의 유전자를 모두 분석·비교했다. 그 결과 북아메리카와 유럽-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나비는 집단 간 유의미한 유전자 차이가 있었고, 이번에 포획한 나비는 둘 중 유럽-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개체였다. 이로써 포획한 나비가 대서양을 건너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나비의 비행 출발지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포획한 작은멋쟁이나비 몸에 붙은 꽃가루의 DNA를 분석했다. 나비 개체마다 8~15가지 꽃가루가 섞여 있었는데, 모두 서아프리카의 우기가 끝나는 8월에서 11월까지 꽃이 피는 관목이었다. 작은멋쟁이나비가 아프리카에 서식하다가 대서양을 횡단해 남아메리카로 이동했다고 추측할 수 있는 단서 하나가 발견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동위원소를 분석함으로써 나비의 출생지까지 특정했다. 나비는 유충 단계에서 서식한 장소의 고유한 동위원소를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 동위원소를 분석하면 출생지를 추론할 수 있다.

개체의 날개에서 수소와 스트론튬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나비들은 프랑스, 아일랜드, 영국, 포르투갈과 같은 서유럽 국가에서 태어났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즉 모든 결과를 종합해볼 때 작은멋쟁이나비는 유럽에서 태어나 서아프리카에서 잠시 서식한 뒤 남아메리카까지 이동한 것이다. 그렇다면 작은멋쟁이나비는 어떤 경로로 서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까지 대서양을 횡단한 걸까. 작은멋쟁이나비가 자력으로 날 수 있는 거리는 최대 780km로,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거리보다 훨씬 짧다. 즉 작은멋쟁이나비가 장거리 비행을 했다면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끊이지 않고 바람이 불었을 것이다.

연구팀은 마지막 수수께끼까지 해결하기 위해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서 제공하는 바람 시뮬레이션으로 포획일 200시간 전부터 포획일까지 대서양의 바람 궤적을 추론했다. 서아프리카에서 남아메리카까지 당도할 수 있는 바람 궤적이 포획일 전 48시간 동안 불었고, 평균 풍속은 7.47m/s였다. 모든 정보를 종합해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작은멋쟁이나비가 5~8일 만에 서아프리카에서 대서양을 건넜으며, 최소 4200km 이동했음을 확인했다.

연구 책임자인 제라르 탈라베라는 “그동안은 곤충이 대양을 가로질러 먼 거리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가능성으로만 존재했지만, 이번 발견으로 곤충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생겼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곤충의 이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생물의 이동은 종의 분포를 정의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덧붙여 연구팀은 기후 패턴의 변화로 곤충의 이동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측했다. 급변하는 기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곤충이 자구책으로 ‘장거리 이동’을 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 기억해주세요

나비는 유충 단계에서 서식한 장소의 고유한 동위 원소를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이 동위 원소를 분석하면 출생지를 추론할 수 있다. 개체의 날개에서 수소와 스트론튬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나비들은 프랑스, 아일랜드, 영국, 포르투갈과 같은 서유럽 국가에서 태어났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작은멋쟁이나비는 유럽에서 태어나 서아프리카에서 잠시 서식한 뒤 남아메리카까지 이동한 것이다.박영경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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