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 줄어도 생산 늘어…시장 왜곡하는 보조금
경제야 놀자

쌀 소비 줄어도 생산 늘어…시장 왜곡하는 보조금

유승호 기자2025.05.01읽기 5원문 보기
#보조금#시장 실패#경제적 후생#공급·수요곡선#소비자잉여·생산자잉여#양곡법#공익형 직불금#공공비축미

쌀값 하락과 보조금 경제학

보조금은 생산·소비 증가 위해

경제 주체에 주는 금전적 혜택

시장 실패 바로잡는 데 '한몫'

쌀의 경우 직불금·비축미 매입 등

정부 지원으로 생산 계속 늘지만

소비 줄며 가격 뚝…또 세금 투입

결국 경제적 후생 수준 떨어뜨려

이미지 크게보기

더불어민주당이 시장에서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한 양곡법 개정을 재추진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미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쌀값을 안정시켜 농민 소득을 보장한다는 ‘선한 의도’에서 나온 법안이지만, 그러잖아도 전국 쌀 창고에 안 팔린 쌀이 가득한 상황에서 남는 쌀을 세금으로 매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좋은 취지의 정책이지만, 농업 보조금은 시장을 왜곡할 위험이 크다. 稅 감면·저리 대출 등 다양한 보조금보조금이란 정부가 특정 상품의 생산 또는 소비를 늘리기 위해 생산자나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금전적 혜택을 말한다.

현금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고, 세금 감면 등 간접적인 지원 방식도 있다. 국책금융기관을 통한 저금리 대출 등 정책금융도 보조금의 한 종류다. 복지 혜택도 넓은 의미의 보조금으로 볼 수 있다. 보조금은 시장 실패를 바로잡는 순기능을 할 수 있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의 시장 균형 거래량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수준보다 적을 경우 보조금을 지급해 거래량을 늘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 서비스는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하지만, 학교 운영에 큰 비용이 들어 시장에만 맡겨두면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정부가 학교법인 등에 보조금을 지원하면 교육 서비스의 공급을 촉진할 수 있다.

특정 산업 발전을 촉진하거나 국제 경쟁에서 보호하는 것도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유다. 한국의 고속 경제 성장도 산업과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금융 지원 속에 이뤄졌다. 지금도 세계 각국은 보조금을 산업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다. 경제적 후생 줄이는 보조금보조금은 경제 효율성과 사회 전체의 경제적 후생 수준을 떨어뜨릴 위험성도 있다. 보조금을 지급할 때 시장의 수요·공급곡선이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보자. <그림>에서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면 공급 곡선 S1이 S2로 이동한다. 거래량은 Q1에서 Q2로 늘고, 소비자가격은 P1에서 P2로 낮아진다.

생산자가 얻는 수입은 소비자가격에 보조금을 더한 P3로 올라간다. 덕분에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가 모두 증가한다. 그림의 1번 영역이 소비자잉여 증가분, 2번 영역이 생산자잉여 증가분이다. 그러나 비용이 따른다. 보조금은 납세자의 세금이다. 사각형 P2P3BC만큼이 보조금(세금) 지출액이다. 그것을 감안하면 사회 전체 경제적 후생은 삼각형 ABC만큼 감소한다. 이런 원리를 쌀 시장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정부는 쌀 시장에 많은 예산을 투입한다. 모내기 땐 종자 비용, 기르는 동안엔 비룟값을 지원하고, 추수하고 나면 공공비축미를 매입한다. 경지 ㏊당 100만~205만원의 공익형 직불금과 면세유 혜택도 있다.

이런 지원은 쌀 생산을 늘리는 결과를 낳는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연간 40만t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도 해야 한다. 반면 쌀 소비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5.8㎏으로 40년 연속 감소했다. 하루 밥 한 공기 정도에 불과하다. 소비는 감소하고 생산은 증가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태가 만성화했다. 수요를 넘어서는 공급이 발생하니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는다.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는 남아도는 쌀을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한다. 쌀 생산에 세금을 지원하고, 남는 쌀을 세금으로 되사는 악순환이다. 정치 논리 휘둘리고 ‘눈먼 돈’ 될 위험보조금의 문제는 또 있다.

경쟁력을 잃은 사업자를 시장에 계속 남아있게 해 재화와 서비스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자원을 낭비한다는 점이다. 쌀 시장에 대한 보조가 줄면 채산성이 낮은 쌀 생산자는 벼농사를 그만둘 것이다. 농사를 더 잘 짓는 생산자만 남아 밥맛이 더 좋은 쌀을 생산할 수 있다. 보조금은 그런 변화를 막는다. 쌀 시장에서 아낀 세금을 다른 산업에 투입해 더 유용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보조금은 비리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정부 예산을 받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로비와 복마전이 벌어진다. 국무조정실의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 표본조사에서 정부 지원금을 불법으로 운용한 사례가 2267건이나 적발됐다.

경제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자칫 귀중한 세금을 ‘눈먼 돈’으로 낭비할 위험이 큰 것이 보조금이다. 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AI 퀴즈

이 기사로 1분 퀴즈 풀기

객관식 3문항 · 즉시 채점

광고Google AdSense — 728×90

🔗 본문 속 개념

📚 함께 읽으면 좋은 기사

"감정·윤리, 경제적 계산에 포함 안돼요"
2025학년도 논술길잡이

"감정·윤리, 경제적 계산에 포함 안돼요"

경제적 효율성은 감정이나 도덕적 만족을 제외하고 경제적 이익과 비용만을 계산하는 개념으로, 소비자잉여와 생산자잉여의 합인 총잉여를 최대화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시장이 완벽하게 작동하지 않을 때, 특히 환경오염 같은 부정적 외부효과가 있을 때는 시장실패가 발생하며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인문논술에서는 이러한 개념을 단순히 암기하기보다 실제 사례에 적용하여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2025.06.26

교과서 개념 연계 뚜렷…답안 구조적 완결성 중요
2026학년도 논술길잡이

교과서 개념 연계 뚜렷…답안 구조적 완결성 중요

홍익대 논술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교과서 개념을 틀로 삼아 제시문을 분류·분석하고 구조적으로 완결된 답안을 작성하는 능력을 요구하며, 1번 문항은 개념-사례-평가의 구조를, 2번 문항은 문제 정의-원인 분석-대안 제시-부작용 지적-보완책 제시의 정책 글쓰기 형식을 갖춰야 한다. 최근으로 올수록 교과 연계성이 강화되고 채점 기준이 세부적으로 공개되면서 조건 충족과 완성도가 고득점의 핵심이 되고 있다.

2025.09.18

공유경제도 규제 필요하지만 참여자들의 평판이 더 중요하죠
4차 산업혁명 이야기

공유경제도 규제 필요하지만 참여자들의 평판이 더 중요하죠

공유경제는 정보 비대칭성과 외부효과 등 시장실패를 야기할 수 있어 규제가 필요하지만, 기존 정부 주도의 규제 틀로는 새로운 공유 사업을 담아낼 수 없다. 대신 사용자 후기와 평판을 통한 참여자들의 자발적 규제가 더 효율적이며, 이는 역사적으로도 입증된 방식이다.

2018.05.03

경제위기는 시장실패가 아닌 정부 개입에서 발생한다
Book & Movie

경제위기는 시장실패가 아닌 정부 개입에서 발생한다

스티브 포브스의 저서 『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구할 것인가』는 2007년 금융위기의 원인이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저소득층 주택 구입을 돕겠다는 정부의 시장 개입에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본주의가 협력과 자유로운 선택을 통해 도덕적 가치를 고양시키며, 개인의 욕구 충족과 사회 번영은 정부의 개입이 아닌 자유시장의 자기이익 추구에 의해 실현된다고 설명한다.

2015.02.05

효율 늘지만 시장 실패 가능성…공공개입으로 보완
2025학년도 논술길잡이

효율 늘지만 시장 실패 가능성…공공개입으로 보완

시장경제는 가격 메커니즘을 통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만, 독점, 외부효과, 정보비대칭성 등의 시장 실패 요인으로 인해 완전경쟁이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정부의 가격규제, 공정거래 촉진, 정보공개 등을 통한 공공적 개입이 동시에 필요하다.

2025.05.29

광고Google AdSense — 728×90 또는 970×250